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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과 과수원

당도의 선

제주의 노지감귤 수확이 시작됐습니다. 섬을 떠나는 상자는 모두 크기와 당도에 관한 규칙을 통과했고, 그 규칙의 무게중심은 크기에서 당도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글 최지현
7분 분량

챙 넓은 모자를 쓴 조사원 두 명이 감귤원에 쪼그려 앉아 있다. 붉은 바구니에 푸른 열매가 담겨 있고, 한 명은 서류에 기록하고 있다
2026년 2차 노지감귤 관측조사(8월 19~25일)에서 조사원들이 푸른 열매를 표본으로 따고 있습니다. 이 조사가 올해 생산 전망의 바탕이 됐습니다. · 제공: Jeju Agricultural Research and Extension Services, via jeju.go.kr · 라이선스: 공공누리 제1유형

10월 1일 전까지 극조생감귤을 내보내려는 제주 농가는 검사를 하나 더 통과해야 했습니다. 행정시가 과수원에서 표본으로 딴 열매 10개 가운데 8개 이상이 8.5브릭스를 넘어야 했습니다. 브릭스는 과즙에 녹은 당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이제 열매는 곧장 선과장으로 가서, 모든 제주 감귤이 거치는 검사를 받습니다.

검사할 열매는 넉넉합니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은 올해 노지감귤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7.8% 많은 44만 3,300톤 안팎으로 내다봤고, 과실 품질은 관측조사 이래 가장 좋다고 평가했습니다.

시장에서 무엇이 감귤인지는 규칙이 정합니다. 제주 감귤 조례는 도의 상품기준에 못 미치는 귤을 출하하거나 유통한 사람에게 과태료를 물리고, 그런 귤은 해마다 정하는 가격에 가공업체가 사들입니다. 기준은 크기의 범위와 당도의 하한을 정하는데, 이제는 당도가 크기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팔기에는 작은 귤도 충분히 달면 상품이 됩니다. 그 선이 어떻게 그어지고, 누가 지키며, 얼마의 값을 하고, 무엇이 그 선을 밀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기후가 한국의 과일 지도를 어떻게 다시 그리는지는 북쪽으로 움직이는 과수원 기획에서 볼 수 있습니다.

숫자 네 개로 보는 선

온주밀감 상품 크기
49~70㎜
2S~2L 다섯 단계. 당도 10브릭스 이상이면 45㎜ 귤도 출하 가능(2026년산 기준).
2026년산 노지감귤 예상량
44만 3,300톤(+7.8%)
8월 19~25일 2차 관측조사. 최종 예상량은 11월 발표(제주도 농업기술원, 2026-09-08).
기준 미달 감귤 수매가
㎏당 210원
2026년산 가공용 수매단가. 가공업체 140원, 도 보조 70원(제주도, 2026-09-16).
2025년 감귤 조수입
1조 3,071억 원
3년 연속 1조 3,000억 원대(제주도, 2026-07-16).

규칙에 적힌 것

2024년 10월에 마지막으로 개정된 시행규칙 별표에 따르면, 제주의 주력 품목인 온주밀감은 횡경 49~70㎜ 또는 한 개 무게 53~135g이어야 하고 2S부터 2L까지 다섯 단계로 나뉩니다. 당도 하한은 재배 방식에 따라 다릅니다. 노지 극조생은 8.5브릭스, 노지 조생과 보통 온주밀감은 9.0브릭스, 하우스와 월동비가림 온주밀감은 10.0브릭스입니다. 껍질 뜬 정도는 표면적의 50% 미만이어야 하고, 썩은 것이나 강제 착색한 것, 지름 1㎝ 이상 햇볕에 덴 것 같은 중결점과가 섞이면 안 됩니다.

규칙의 성격을 바꾼 것은 그다음 조항입니다. 크기 기준과 상관없이, 도지사가 감귤위원회와 협의해 고시한 당도 10브릭스 이상 온주밀감은 상품으로 봅니다. 위원회는 9월 14일 2026년산 기준을 정했습니다. 광센서 선별기나 휴대용 측정기로 잰 당도가 10브릭스 이상이면 45~49㎜ 귤과 70~77㎜ 수출용 귤을 출하할 수 있고, 타이벡 같은 토양피복재로 기른 같은 크기의 귤도 광센서 선별기를 통과하면 출하할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 지름 47㎜짜리 귤은 9.9브릭스면 가공용이 되고, 10브릭스면 상자에 담기는 감귤이 됩니다.

한라봉 같은 만감류는 크기 대신 당도와 산 함량으로 따집니다. 한라봉·천혜향·레드향·카라향은 당도 11.5브릭스 이상에 산 함량 1.1% 이하, 황금향은 10.0브릭스 이상에 1.0% 이하입니다. 이 기준은 도내 재배면적이 100헥타르 이상인 품종에만 적용됩니다.

제주에서 지름 47㎜짜리 귤은 9.9브릭스면 가공용이 되고, 10브릭스면 상자에 담기는 감귤이 됩니다.

상자를 확인하는 사람들

상품용 감귤을 출하하는 선과장은 행정시에 등록하고, 교육을 받고 해마다 위촉되는 품질검사원을 3명 이내로 둡니다. 검사원이 통과시킨 감귤에만 검사필 표시를 하고, 상자에는 품종과 산지, 무게, 크기 구분, 출하자를 적습니다. 에틸렌이나 카바이드, 열풍기로 후숙하거나 강제 착색하는 일은 그 자체로 위반입니다. 과태료는 최대 1,000만 원이고, 한 해 두 번 이상 위반한 선과장은 등록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9월 16~17일 서울 가락시장 등 육지 도매시장 세 곳을 점검한 도 점검반은 상품외감귤 출하 1건(1,135㎏)을 적발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에 나섰습니다.

초록 꼭지가 달린 주황색 감귤이 가득 담긴 상자. 두 개는 반으로 잘려 과육이 보인다
제주 감귤로 판매된 귤(2021년 1월). 선과장 품질검사원이 판매 전에 상자마다 크기와 당도, 결점을 확인합니다. · 제공: Speed365, via Wikimedia Commons · 라이선스: CC BY-SA 4.0

크기에서 당도로

당도 조항은 품질이 떨어지는 귤을 시장에서 걸러 내려고 만든 규칙에 가장 최근에 더해진 층입니다. 지금의 조례는 2006년에 제정됐습니다. 도는 2021년부터 극조생감귤의 수확 전 당도 검사를 해 왔습니다. 덜 익은 귤이 일찍 나가면 제주 감귤 전체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이유입니다. 2022년에는 규격 외 감귤의 처리 방식을 바꿨습니다. 4년 동안 이어 온 자가농장 격리사업이 '버려지는 감귤'이라는 이미지와 관광지 미관을 해친다는 민원을 낳자, 가공용 수매로 전환한 것입니다. 그리고 2024년 10월, 당도로 크기를 넘어서는 조항이 규칙에 들어갔습니다. 제주는 이제 크기보다 맛으로 등급을 매깁니다.

제주 감귤의 선이 움직여 온 길

도 조례와 시행규칙, 보도자료로 본 기준과 연도별 결정의 주요 변화입니다.

  1. 2006년 10월
    지금의 감귤 조례 제정

    상품기준과 품질검사, 과태료를 정했습니다.

  2. 2021년
    극조생 수확 전 당도 검사

    지금은 10월 1일 전에 출하하는 극조생감귤이 대상입니다.

  3. 2022년 10월
    규격 외 감귤, 가공용 수매로

    농장 격리 대신 가공용으로 사들입니다.

  4. 2024년 10월
    당도가 크기를 넘어서다

    도지사가 고시한 10브릭스 이상 온주밀감은 상품으로 봅니다.

  5. 2025년 9월
    2025년산 기준

    10브릭스 이상인 45~49㎜ 귤과 70~77㎜ 수출용 귤 출하 허용, 가공용 ㎏당 210원.

  6. 2026년 9월
    2026년산도 같은 기준

    농가와 유통 현장의 혼란을 줄이려 유지했습니다.

  7. 2026년 11월
    제주감귤박람회

    11월 19~23일,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선의 값

기준에 못 미친 귤의 값은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2026년산 가공용 감귤은 ㎏당 210원에 수매됩니다. 도의 통계로 2025년산 노지 온주밀감의 ㎏당 평균 가격은 1,701원이었으니, Ag Digest가 계산해 보면 선 아래로 떨어진 귤은 평균의 8분의 1 정도를 받는 셈입니다. 그해 노지 온주밀감 41만 965톤의 조수입은 6,990억 원이었습니다.

Ag Digest가 모으는 도매시장 정산 가격 자료에는 농가가 상대하는 시장의 달력이 보입니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감귤은 1만 1,245톤이 거래된 2025년 12월에 ㎏당 평균 2,854원, 하우스감귤 철인 2026년 6월에는 316톤이 ㎏당 8,537원에 정산됐습니다. 모든 등급을 합친 값이며 2026년 10월 5일 조회 기준입니다. 최신 가격은 감귤과 만감류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당도는 평균을 넘어서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비가림하우스에서 16~18브릭스 감귤을 내는 서귀포의 한 농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보도에서

경매장의 당도

  • 보통 10∼12월 제주감귤농협을 통해 서울 가락시장으로 출하하는데 평균 낙찰가격이 동일 품목 대비 1.5∼1.8배 이상 높다

나무는 어디로 갔나

선은 농가가 무엇을 심을지도 바꿉니다. 도의 감귤 통계를 보면 노지 온주밀감 재배면적은 2015년산 1만 6,775헥타르에서 2025년산 1만 3,972헥타르로, 재배 농가는 2만 2,659호에서 1만 9,983호로 줄었습니다. 감소분의 절반 이상이 2016년산에서 2017년산으로 넘어가는 한 해에 집중됐는데, 통계는 그 이유를 밝히지 않습니다. 같은 10년 동안 주요 만감류 네 품종은 1,917헥타르에서 3,834헥타르로 두 배가 됐습니다. 천혜향은 260헥타르에서 1,071헥타르로, 레드향은 145헥타르에서 932헥타르로, 황금향은 76헥타르에서 368헥타르로 늘었고, 한라봉은 1,450헥타르 안팎을 유지했습니다.

만감류는 ㎏당 값이 더 높습니다. 2025년산 한라봉은 3,657원, 레드향은 4,801원이었습니다. 다만 도에 따르면 만감류는 대부분 시설에서 재배돼 왔습니다.

회색 바닥 위에 놓인 작은 노란빛 감귤과 훨씬 크고 붉은빛이 도는 레드향
온주밀감과 레드향. 레드향 재배면적은 10년 사이 6배 넘게 늘었습니다. · 제공: Scudsvlad, via Wikimedia Commons · 라이선스: CC BY-SA 4.0

더위는 당도를 올리고 껍질을 태운다

날씨는 양쪽에서 열매를 선 너머로 밀어냅니다. 올여름은 당도에 유리했습니다. 7월과 8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각각 2.0℃, 1.8℃ 높았고, 비는 훨씬 적게 내렸으며 일조시간은 길었습니다. 8월 조사에서 당도는 8.5브릭스로 최근 5년 평균보다 1.4브릭스 높았습니다. 나무 한 그루당 열매는 909개로 평년(813개)보다 많았고, 섬의 북쪽 절반인 제주시의 열매 크기는 41.9㎜로 평년보다 2.6㎜ 작았습니다.

더위는 상처도 남깁니다. 지름 1㎝ 이상 햇볕에 덴 자국이 있으면 아무리 단 귤도 중결점과입니다. 농수축산신문이 보도한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센터 자료에 따르면 감귤 표면 온도는 기온보다 최대 16℃ 높아질 수 있고, 46℃ 이상이 3시간 넘게 이어지면 햇볕 데임 위험이 커집니다. 시험에서 한낮에 미세 살수를 하자 햇볕 데임 발생률이 4.0%에서 1.9%로 줄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작은 열매가 많이 달린 해일수록 10브릭스 조항에 기대는 귤이 늘고, 더위가 남긴 자국은 가장 단 귤에도 불리합니다. 11월 조사에서 최종 생산량과 결점과율이 나옵니다.

지난 보도에서

더위에 대해

높은 철골 망 시설 아래 검은 토양 피복재 사이로 어린 감귤나무가 줄지어 심겨 있다
망 시설 안의 어린 나무. 국내 육성 만감류를 하우스 밖에서 기르는 서귀포 시범사업을 소개하며 제주도가 공개한 사진입니다. · 제공: Jeju Agricultural Research and Extension Services, via jeju.go.kr · 라이선스: 공공누리 제1유형

만감류, 하우스 밖으로

또 하나의 답은 육종입니다. 2011년부터 해마다 감귤을 교배해 온 제주도 농업기술원은 만감류 6품종을 내놓았습니다. 올해 보급 면적은 698농가 68.5헥타르에 이르렀고, 2030년 목표는 850헥타르입니다. 지난 출하기에 이 품종들은 ㎏당 6,500~1만 원에 팔려 기존 만감류의 1.3~2.6배를 받았습니다. 8월에는 일소과와 열과 발생률이 각각 5% 미만인 노지 재배용 신품종의 품종보호 출원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서귀포의 시범농가 네 곳에서는 우리향과 맛나봉, 윈터프린스를 망 시설 아래 노지에서 기르고 있습니다. 도는 외국 품종 로열티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농촌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내에서 육성한 만감류는 23품종이고, 그중 17품종이 농촌진흥청 품종입니다. 농촌진흥청의 탐나는봉은 2025년 19.1헥타르로, 한라봉 1,463헥타르에 비하면 아직 작습니다. 탐나는봉도, 농업기술원 품종도 만감류 당도 기준이 적용되는 100헥타르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지금 이 품종들의 품질은 규칙이 아니라 파는 사람이 정합니다.

“제주는 기른 귤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선을 넘은 귤을 팝니다.”
— The Ag Digest

현장 노트: 제주 감귤 상자 읽는 법

  • 검사필 표시와 함께 품종, 산지, 무게, 크기 구분, 출하자가 적혀 있는지 보세요.
  • 크기 구분을 읽으세요. 2S~2L은 49~70㎜이고, 이보다 작은 온주밀감은 당도 10브릭스 이상이어야 합니다.
  • 당도 하한을 알아 두세요. 노지 조생·보통은 9.0브릭스, 하우스와 월동비가림은 10.0브릭스입니다.
  • 품종을 확인하세요. 재배면적 100헥타르 미만인 만감류는 만감류 당도 기준 밖에 있습니다.

감귤박람회는 11월 19일부터 23일까지 서귀포에서 열립니다. 들고 가 볼 만한 질문이 있습니다. 귤 한 알 한 알의 당도를 잴 수 있는 지금, 무엇이 감귤인지를 언제까지 크기가 정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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