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객원기자]
| 국가중요농업유산은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해 보전할 가치가 있는 각종 유무형 농업자원을 국가가 지정한 것으로, 선조들이 과거부터 이어온 전통 농사 활동 및 농촌 경관, 토지이용체계 등이 지정 대상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시작했다. 2026년 현재, 우리나라엔 총 20가지의 국가중요농업유산(농업유산)이 존재한다. 본지는 향후 매월 1회씩 국내 농업유산들을 소개하며 선조들이 농사 과정에서 어떤 지혜를 발휘해 왔는지, 농업유산이 오늘날 우리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낙동강 하류 김해평야에는 평평한 들판 한가운데 홀로 솟아 있는 작은 언덕이 많다. ‘독뫼’라고 불리는 지형이다. 경남 창원 북부지역(의창구 동읍, 북면, 대산면)에는 독뫼가 152개 있으며, 이 중 30여개의 독뫼에는 감나무가 자라 독특한 경관을 이루고 있다.
창원은 감 재배 역사가 깊은 곳이다. 1530년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창원도호부의 토산품으로 감이 등장한다. 이는 창원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감 농사가 이뤄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다만 당시 기록된 감은 현재의 단감과는 다른 것으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에서 단감 재배가 본격화한 것은 1910년 이후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에 따르면 1910년부터 1920년대에 걸쳐 일본인들이 창원과 김해, 밀양 일대에 부유 품종의 단감나무를 기존 떫은감 나무에 접붙이거나 묘목을 들여와 심기 시작했다.
낙동강과 인접해 침수 피해가 잦았던 창원 북부지역에서는 독뫼에 감나무를 심었다. 물에 잠기기 쉬운 평지와 달리 주변에 솟아 있는 독뫼를 농사에 활용하며 지역의 자연환경에 적응해 온 것이다. 독뫼에서 감나무가 오랜 세월 관리되고 자라는 동안 형성된 농업방식과 경관은 2022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7호로 지정됐다.
창원시는 농업유산으로 지정된 핵심지역(동읍, 북면, 대산면 내 30개 독뫼)에 수령 100년 이상의 감나무가 약 2900주임을 확인했다. 강창국 창원독뫼감보전협의회장은 “감나무는 기본적으로 수명이 길고, 특히 지금 남아있는 고목들은 여전히 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에 신규목으로 굳이 대체할 필요가 없었다. 이것이 현재에는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가 감나무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는 그는 “논농사가 주를 이루는 인근 평야에서는 일하는 소가 있어 분뇨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그것을 부숙해 사용했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자연순환농법인 것이다. 퇴비를 짚으로 만든 소쿠리에 담고 지게로 지고 올라가 감나무 옆 구덩이에 뿌렸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과거의 농법들은 농업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노동력을 줄이고 작업 효율을 높이도록 대체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농가는 선대로부터 배우고 익힌 재배기술을 이어오고 있다. 농사용 물을 확보하기 위한 둠벙 활용과 나무 주변에 깊은 구멍을 만들어 거름을 주는 구덩이 시비법이 그 예다.
다만 모든 독뫼감 농가가 같은 전통 재배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독뫼감은 일반 단감과 같은 품종이지만, 독뫼라는 지형을 활용해 감을 재배한 역사와 그 과정에서 사용된 재배기술에 고유한 특색이 있다. 때문에 농업유산으로서의 특색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전통 재배기술이 농업현장에서 어떻게 전승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독뫼감 농업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창원시는 농업유산으로 지정된 후 3년간 홍보자료 제작, 관련 행사, 체험 프로그램 운영, 창원 단감 브랜딩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강창국 협의회장은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협의회장은 “지난 3년간 홍보와 마케팅에 집중했지만 농가가 체감하는 효과는 미미하다. 여전히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서 “비료 몇 포대씩 나눠주는 그런 지원보다는 행정은 우리 독뫼감과 창원 단감에 대한 가치를 높이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집중해야 하고 농민들은 좋은 감을 생산함으로써 그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독뫼감 농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유산의 가치를 알리는 일뿐 아니라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생산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창원시는 독뫼감 농업을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역의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 안정적인 판로 구축을 통한 농가소득 안정과 후대 농민 육성 및 재배기술 전수 등을 지원함으로써 농민의 삶을 뒷받침하고 다음 세대가 그 가치를 이어갈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채주화 창원시농업기술센터 단감팀장은 “독뫼감 농업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독뫼감농업보전협의회의 활성화가 필요하고, 창원시의 홍보 활동이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 먼저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다른 지역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