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주영 기자]
농촌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도시민에게 농촌 생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사업이 귀농·귀촌의 발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짧은 체류 기간과 주거·일자리 부족으로 실제 정착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국비 지원 중단 이후 홍보와 상담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사업 지속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2019년 전국 최초로 ‘전남에서 살아보기’ 사업을 시작했다. 도시민이 농촌에 2~3개월간 머물며 영농·생활 체험과 주민 교류를 통해 귀농·귀촌을 돕는 사업이다. 작년까지 3152명이 참여해 532명이 전남광주로 전입했다. 올해는 17개 시·군 25개 마을에서 운영한다.
경기 성남에서 자영업을 하던 허정욱(60대)씨는 아내와 함께 여수와 곡성에서 살아보기를 체험한 뒤 곡성에 남았다. 그는 임대주택에서 1년 가까이 생활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착할 집은 구하지 못했다. 허씨는 “농촌 생활을 직접 경험한 건 도움이 됐지만 계속 살 집을 구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거주하던 신진영(50대)씨는 퇴직 후 고향인 광주 인근으로 이주하기 위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는 이번 체험을 마친 뒤에도 곡성에서 더 살아보며 정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성남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로지윤(40대)씨 역시 귀촌을 꿈꿨지만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정착을 보류했다. 참가자들은 사업을 긍정적으로 봤지만, 정착을 결정하기에 석 달은 짧다며 체류 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체류 기간 주민자치회가 마련한 프로그램에 한 달에 15개씩 참여한다. 참가자들은 이 가운데 귀촌한 주민과의 만남이 가장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착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정보를 얻는 것과 실제 정착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신씨는 “마을을 알아가고 집을 구하다 보면 3개월이 지나간다”고 말했다. 농촌에서는 주민 소개나 입소문에 의존해 집을 알아봐야 하는 경우가 많고, 거주할 만한 주택은 부족한 데다 가격도 높다는 설명이다. 참가자들은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질의 주택 공급과 임대주택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자리도 걸림돌이다. 로씨는 “농촌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누리고 싶지만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며 다양한 근무 형태의 필요성을 말했다. 참가자들은 소득이 다소 적더라도 주 3일 근무 등 일상생활과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착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마을 주민들은 도시민의 방문을 반기고 있다. 곡성군 죽곡면 주민 오성순(77)씨와 정향임(77)씨는 “사람이 오니까 좋지, 젊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데 보기만 해도 좋아”라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김승애 담양여성농민회장도 “참가자들이 마을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역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업 운영 여건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31곳이던 운영 마을은 올해 25곳으로 줄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3년까지 ‘귀농귀촌유치지원’ 사업을 통해 살아보기를 지원했지만, 2024년부터 국비 지원을 중단했다.
전남광주 귀농산어촌팀 담당자는 “국비 지원이 중단되면서 전국 단위로 사업을 알리기 어려워졌고, 상담 인력도 부족해 귀촌 문의가 와도 충분히 응대하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