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의진 기자]
정부의 신규 비축기지 건설에 걸림돌이 됐던 재정 여건이 내년에는 개선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직무대행 김창국, aT)는 현재 수급 상황과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민간창고 활용을 늘리고 있는데, 앞으로는 적정 비축물량에 걸맞는 비축기지 신설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공비축기지는 정부가 수매·수입한 농산물을 저장하고 방출해 농산물 수급조절의 역할을 하는 창고다. 현재 총 14곳 가운데 정부는 8곳, aT는 6곳을 소유하고 있다. 이 중 aT 소유분은 1973~1986년 사이 지어진 것들로, 오래된 보관시설을 지속 활용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정부로부터 인수했다. 저온저장 능력에 맞게 참깨·멥쌀과 같이 온·습도에 예민하지 않고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품목들 위주로 저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정부의 밀·콩 수매량이 단기간 급증하고, 채소·과일의 수급안정이 중요해지면서 신규 비축기지 건설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정부는 지난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후 비축기지 6곳을 매각하고 신규 비축기지 3곳을 신설하는 사업을 추진했으나, 사업의 주된 재원인 농산물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 재정 악화로 보류한 바 있다.
다행히 내년부터는 농안기금이 농지관리기금·FTA(자유무역협정)기금과 함께 ‘농업발전기금’으로 통합되고, 세수가 크게 늘어난 농특세의 주 운용계정인 농특회계로부터 전입이 가능해져 재정 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다. 박은영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3개 기금이 통합돼 자금 사정이 괜찮아지면 다시 한번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신청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예타 통과를 위해 aT와 노후 비축기지 6곳의 단계별 매각 절차에 대한 계획을 먼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비축기지 건설엔 최소 5년 이상이 걸리는 상황에서, 현재 정부와 aT는 비축사업 효율화의 일환으로 민간 비축시설을 활용하고 있다. aT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월 기준 정부 수매 농산물 중 민간창고 보관 비중이 높은 품목들은 △콩(95%) △콩나물콩(95%) △마늘(100%) △양파(95%) △밀(94%)이다.
최근 몇 년간 비축물량이 급증한 밀·콩의 경우 짧은 기간 많은 물량을 수매해야 했기에 산지 주변 민간창고가 활용됐다는 설명이다. 콩의 정부 수매량은 2022년 1만9000톤에서 매년 7000톤 이상씩 증가해 2025년 5만7000톤에 이르렀는데, 소비는 원활하지 않아 지난 4월 기준 재고량은 12만4000톤으로 불어났다.
일부 채소류의 경우 감모 방지를 위해 민간창고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박은영 과장은 “양파의 경우 산지에서 저장한 창고 단위로 수매하기에 민간창고 자체를 빌리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민간창고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량안보의 관점에서는 품목별로 장기적 수급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걸맞는 수준의 시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병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급안정을 위해 채소·과일류 비축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저장의 난이도가 높은 채소·과일류의 공급망을 관리할 수 있으려면 시설현대화·대형화된 비축기지가 필요하다”며 “식량안보는 경제타당성을 넘어서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박은영 과장은 “정부 비축기지 운용률 설계를 위해 품목별 담당자들에게 5·10년의 기간을 두고 필요량을 예측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적정 비축물량 계획을 위해 타 부서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