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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농임업·농생태학으로 여는 유럽 유기농업의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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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하림 기자ㅣ독일 제발트·본]

유럽은 근현대 유기농업의 발상지이자,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기재배 면적이 넓은 대륙이다. 우리나라의 친환경농민들이 그런 유럽의 농업 현장을 접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친환경농업협회(회장 김상기)와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8월 30일~9월 6일 독일·스위스에서 ‘친환경리더 해외연수’를 진행했다. <한국농정>은 해당 연수를 동행 취재한 내용을 4회에 걸쳐 게재한다.

유기농업은 화학비료와 합성농약을 쓰지 않는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이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농업이란 특정 요소를 배제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혼농임업(Agroforestry)’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단순 농법을 넘어 ‘농생태학(Agroecology)’을 비롯한 학문과 철학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친환경리더 해외연수단이 지난 9월 2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제발트에 소재한 호프 손넨발트에 방문했다.
친환경리더 해외연수단이 지난 9월 2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제발트에 소재한 호프 손넨발트에 방문했다.

혼농임업, 대안농업으로 되살아나다

연수단은 지난 9월 2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제발트의 ‘호프 손넨발트(Hof Sonnenwald)’에서 혼농임업 현장을 눈에 담았다.

혼농임업이란 작물과 나무를 같이 심는 농법으로, 전 세계 약 12억명이 혼농임업에 종사할 정도로 보편적인 전통 토지 이용 방식이다. 하지만 유럽에선 현대 들어 농업이 현대화 및 대규모화하며 이러한 형태가 점차 줄어들었다.

혼농임업은 토지·영양분·물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해 소득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생물다양성 증진과 토양 침식 방지 등에도 효과적이다. 우리나라에선 인지도가 낮은 편이나, 유럽에선 혼농임업을 대안농업의 한 갈래로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

친환경리더 해외연수단이 지난 9월 2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제발트에 소재한 호프 손넨발트에 방문해 혼농임업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친환경리더 해외연수단이 지난 9월 2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제발트에 소재한 호프 손넨발트에 방문해 혼농임업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호프 손넨발트는 2019년 조직된 70㏊ 규모의 비오란트(Bioland, 독일에서 가장 큰 민간 유기농업협회) 인증 공동체 농장이다. 공동체에는 60여명이 소속해 있으며, 채소·과일·곡물·유제품·축산물 등을 생산해 자급하고 있다. 직매장을 통해 지역사회에 판매도 한다.

호프 손넨발트는 혼농임업을 지향하는 농장답게 밭의 경계를 따라 과수들을 심어놨다. 이날 안내를 맡은 미하엘 코르만씨는 밭이 통풍이 잘되는 곳에 있고 과수 간 거리도 넓게 배치해 병충해에 강하다고 설명했다. 나무는 토양에 질소를 고정시키거나, 밭의 바람을 막는 역할도 한다.

그는 “관행농업과 다른 방식으로 토양의 비옥도를 높이려 실험하고 있는 것”이라며 “여러 종류와 높이가 다른 나무를 심는 혼농임업의 원칙도 지키고 있다. 그것이 더욱 생산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리더 해외연수단이 지난 9월 4일(현지시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본에 위치한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 본부에 방문했다.
친환경리더 해외연수단이 지난 9월 4일(현지시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본에 위치한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 본부에 방문했다.

유기농업, 농생태학과 함께

이어 연수단은 지난 9월 4일(현지시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본에 위치한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본부에 방문했다.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은 1972년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유기농업단체로, 전 세계 100여개국의 655개 회원단체가 속해 있다.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은 전 세계 유기농업을 이끄는 조직인 만큼 정책·연구·인증·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폭넓게 전개하지만, 패트리샤 플로레스 글로벌 아카데미 수석 매니저는 농생태학 사업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그 이유를 “유기농 인증 기준을 넘어, 건강·생태·돌봄·공정성 원칙과 사회적·기술적·경제적 측면까지 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농생태학과 유기농업을 동등하게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친환경리더 해외연수단이 지난 9월 4일(현지시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본에 위치한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 본부에 방문했다.
친환경리더 해외연수단이 지난 9월 4일(현지시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본에 위치한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 본부에 방문했다.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은 2024년부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4개 국가(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를 대상으로 농생태학 진흥 프로그램(APP)을 시행하고 있다. 농업계·학계·시민사회의 농생태학 실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부탄·인도·네팔에서 히말라야 농생태학 정책(HAI)도 추진 중이다. 정부 및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국가 단위의 농생태학 로드맵을 공동 개발하는 사업이다. 다만 의사결정 실행 주체는 각국에 있으며, 로드맵을 실행하기 위해선 재정 지원이 중요하다.

6박 8일간의 여정은 유럽에서 친환경유기농업이 어떤 다양한 형태와 체계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유럽 사람들의 신념과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김상기 한국친환경농업협회장은 해외연수를 마무리하며 “우리나라에서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어떤 부분일까를 깊이 고민하게 하는 연수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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