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무안군을 중심으로 전남광주 서남부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양파·마늘·양배추 등 원예농산물을 취급하는 전남서남부채소농협(조합장 배정섭). 이곳은 국내 최초의 품목농협 중 한 곳으로, 사실상 신용사업 없이 경제사업에만 집중하는 몇 안 되는 농협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은 농협 본연의 역할인 경제사업 활성화를 통해 농민들의 든든한 뒷배가 되고자 노력해 왔다.
1990년대부터 농산물 수입개방이 본격화된 이래, 중국 등지에서 수입되는 채소류로 인한 국산 양파·마늘 가격 폭락 문제는 만성화됐다. 1993년 영농법인으로 출발한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이 농협중앙회에 가입하며 품목농협으로 전환한 해인 2000년은 농산물 수입개방에 따른 농민들의 피해가 점차 커지던 시기였다.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은 지역 농산물 판로 확보 및 가격 보장을 통해 농가소득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을 이루고자 농민들이 조직한 협동조합으로써 탄생했다.
2019년 이래 7년째 재임 중인 배정섭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은 이와 같은 조합의 창립 이념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을까? 날이 갈수록 농산물 가격은 폭락하고 생산비는 폭등함에 따른 농가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배 조합장은 생산 과정의 비용은 줄이고 농가 경쟁력을 갖추며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하는 체계를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
그 과정에서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은 우선 생산 방식의 기계화 및 저비용 생산 추구를 통해 농민 부담은 경감시키면서 경쟁력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GCM 액체비료를 활용한 미생물 농법으로 고품질·친환경 농산물 생산 노력을 기울이며 농약은 덜 사용하도록 했다. 또한, 농가에서 사용하는 비료를 30~50%씩, 필름을 50%씩 할인해서 공급하고, 종자 역시 홉당 30% 저렴한 가격(종자 1홉당 가격은 10만원 선인데 그중 3만원을 농협에서 지원)으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한편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은 자체 농기계 임대사업도 전개 중이다. 농가 편익 증진을 위해 농협 소재지인 무안군의 농기계 임대사업과 별개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양파·마늘 정식용 또는 수확용 기계 등을 거의 무료로 대여한다. 또한, 무안군을 통해 라오스에서 공공형 계절근로자 50명을 들여오는 것과 별개로, 수확기 땐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자체적으로 일반 인력업체와 계약해 직접 인력을 공급하며 양파 수확을 돕기도 한다.
경제사업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조치가 있다. 농가들로부터 수매(지난해 총 119억원어치 계약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한 뒤 추가 수익이 발생할 시, 수익의 절반을 농가에 환원하는 조치다.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은 양파 채소수급안정사업 추진 결과 2024년엔 약 9억4500만원의 수익을 406농가에 환원했고, 지난해엔 약 15억5300만원의 수익을 365농가에 환원했다.
산지유통 과정의 혁신을 위한 노력도 눈길을 끈다.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은 지난해 9월 24일 무안군 현경면에 산지유통실증센터를 개소했다. 4636평 부지에 건립된 실증센터는 선별장, 사무·연구동, 저온저장고 5동으로 구성됐다. 여기선 인공지능 카메라 시스템, 비파괴시스템, 자동포장기, 무인지게차, 통합관제시스템 등을 도입해 효과적인 농산물 선별, 효율적이고도 신속한 포장 등으로 유통혁신을 추진 중이다.
이상과 같이 농민들을 위해 분투해 온 점을 인정받아서일까. 지난해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은 ‘상복’이 터졌다. 2025년 공동마케팅사업 우수 참여조직 평가 결과 판매사업 부문에서 대상(농협중앙회장상)을 받았고, 2025년 농산물유통 혁신대전에선 판매사업 부문 우수상(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다. 농산물유통 혁신대전에선 농산물 출하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전자송품장(종이 대신 전자 데이터로 보내는 물품 계산서)을 적극 활용(지난해 약 174톤 물량에 적용)한 성과를 인정받아 우수상을 받았다.
품목농협으로서 양파·마늘 농가들을 위한 농정활동에 빠짐없이 앞장서 온 것도 눈길을 끈다. 배정섭 조합장은 정부에서 저율관세할당(TRQ) 양파 수입 등을 추진할 때마다 기자회견에 동참하고, 정부를 향해 수입 위주 농산물 수급정책을 재고하라고 끊임없이 촉구해 왔다. 농가수익 창출 노력과 함께 농민들이 ‘수입개방’이라는 비를 맞을 때 그 곁에서 같이 비를 맞으며 대안을 모색해 온 것이야말로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의 최고 미덕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