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홍란 기자]
전국 지방의원 20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지방의회법 연내 제정을 촉구했다. 지방의회가 주민 대표기관으로서 집행기관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도록 조직·예산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다. 권한 확대에 걸맞은 자체 감사와 정보공개, 전문적인 의정 지원체계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국 지방의원 2000여명 결집…조직권·예산 자율성 보장 촉구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는 10월 27일 국회에서 ‘지방의회법 연내 제정 촉구 전국 지방의회의원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에 참석한 전국 광역·기초의원 2000여명은 지방의회의 지위와 권한, 조직과 운영을 규정하는 별도 법률 마련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등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필요한 조직과 인력을 확보하고 예산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집행기관을 감시·견제하는 역할에 걸맞은 독립적인 운영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상주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은 “지난 2022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방의회 인사권이 독립되고 정책지원 전문인력 제도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필요한 조직을 스스로 구성할 권한은 부족하고 전문적인 의정활동을 뒷받침할 인력과 제도도 충분하지 않다”며 “지방의회 의장에게 실질적인 조직권을 부여하고 예산 편성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종섭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은 “국회에는 국회법이 있다. 그런데 지방의회는 아직도 지방의회법이 없다”며 “그동안 국회와 정부를 설득하며 전국 지방의회가 한목소리로 뜻을 모아왔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지방의회법을 반드시 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채택한 공동결의문에는 지방의회법 연내 제정과 함께 조직권·예산 편성권 보장, 자체 감사기구 설치 근거 마련 등의 요구가 담겼다. 광역·기초의회 구분 없이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의원 정수 범위까지 확대하고, 전문위원 정수를 의정 수요에 맞게 현실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초의회 사무기구를 사무국으로 통일해 안정적인 의정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도 촉구했다.
권한 확대 이후도 준비해야…책임성·전문성 확보 과제
지방의회의원대회에 앞서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경기 안양만안) 의원, 한국지방자치학회 공동 주최로 진행된 ‘주민주권 실현, 지방의회법에서 길을 찾다!’ 토론회에서는 법 제정과 함께 확대된 권한을 책임 있게 행사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발제를 맡은 조은영 경기연구원 경기의정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법률로 권한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지방의회의 역량이 곧바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조직·인사·예산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는 데 맞춰 독립적인 운영체계와 책임체계, 전문적인 의정 지원 기반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연구위원은 “의정 지원체계 전반을 먼저 분석하고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의회와 의회를 지원하는 기구들이 각각의 역할을 제대로 정립해야 독립성이 확보된 이후에도 지방의회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책임성과 전문성을 뒷받침할 장치도 주문했다. 그는 “성과보고제나 조례 입법평가 등을 도입해 정보공개와 주민 통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정책지원 전문인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연구하고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싱크탱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촌 등 소규모 기초의회의 여건을 고려한 지원체계도 과제로 제시됐다. 최혜민 인천대 조교수는 “인구가 적은 군 지역 의회는 자체적인 입법·예산 분석조직을 갖추기 어렵고 전문인력 확보에도 한계가 있어 대규모 광역의회와 동일한 조직 모델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공동 사무국 설치나 기초의회를 지원하는 별도 전문인력 운영을 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종현 경기도의원은 “지방분권은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넘기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권한이 주민의 뜻에 따라 올바르게 행사되는지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률 하나를 더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조직과 예산, 인력과 감사의 실질적인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는 입법 논의를 진전시키겠다는 입장이 나왔다. 김영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앞서 9월 28일 입법 공청회를 통해 정식으로 입법 과정에 첫 발을 내딛었다”며 “현재 11월 법안소위원회 논의와 11월 말 전체회의 통과를 1차 목표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란 기자 hongr@agri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