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지난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전북 김제시 민간육종연구단지 일원에서 열린 ‘2026 국제종자박람회’가 막을 내렸다. 올해 10회째를 맞은 박람회는 ‘오늘의 씨앗, 내일을 키우다’를 슬로건으로 참가기업 113개사와 해외바이어 100명이 함께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지난해 참가기업 97개사와 해외바이어 86명보다 늘어난 수치다. 박람회의 수출계약 예상 실적은 약 86억원으로 집계됐고, 전시 현장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품종을 비롯해 길이 30cm가 넘는 대과종 고추와 스마트팜 전용 무 등 이색 품종들도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외시장 진출 발판 마련 기대
이번 국제종자박람회에서는 국내 종자기업의 해외 판로 확대를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 성과가 나왔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박람회 기간 중 코트라(KOTRA)와 협력해 21개국 66개사에서 100명의 해외바이어를 초청했다. 참가기업과 해외바이어 간 B2B 수출상담회에서 174건의 상담이 진행됐고, 그 결과, 종자기업 13개사(67억8000만원)와 전후방기업 5개사(18억6000만원) 등 총 18개사가 약 599만 달러(약 86억원) 규모의 수출계약 예상 실적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실적 83억원보다 약 3억원 늘어난 규모다. 농진원은 11월 초 온라인 사후 상담을 추가로 실시해 상담이 실제 수출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 종자기업과 해외 기업 간 수출 업무협약(MOU)도 2건 체결됐다. 22일 한국종묘는 방글라데시 종자기업과 고품질 양배추(F1 Hybrid White Cabbage 등) 종자 공급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23일에는 (주)파트너종묘와 농진원, 말레이시아 종자기업이 3자 업무협약을 체결, 국내 우수 수박 종자의 말레이시아 수출을 추진하고, 현지 유통 협력체계 구축과 실증시험 운영, 시장 정보 공유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석형 농진원장은 “수출상담 성과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도록 사후 지원을 강화하고, 국제종자박람회가 세계 종자 산업을 잇는 대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개최 10주년을 기념해 우리나라 종자 산업 발전과 더불어 국제종자박람회의 성장에 공로가 큰 우수기업에 표창을 수여했다. 아시아종묘는 박람회에 직전까지 총 9회 참가하고 수출에 129억만원을 기여한 공로로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표창은 NH농우바이오(박람회 참가횟수 9회, 수출기여액 104억원)와 코레곤(9회, 43억원)이, 김제시장 표창은 대일국제종묘(9회, 17억원)과 다나(9회, 4억원), 부농종묘(9회, 2억원)가 각각 수상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 표창은 조은종묘(9회, 8억원)와 에코씨드(6회, 12억원)에게 돌아갔다.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는 “이번 수상은 종자 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온 길을 인정받은 데서 뜻 깊은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우수 품종 개발과 보급을 통해 농업 현장에 기여하고, K-종자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품종은
동오시드는 대파 품종 ‘까메오 플러스’를 내세웠다. 생육이 뛰어나고 연백부가 길어 상품성이 우수하다. 특히 이 품종은 내한성이 강해 저온신장성이 우수한 교배종 외대파이며, 여름철 고온기에도 재배안정성이 좋다. ‘다복향’도 선보였다. 흰가루병과 노균병에 강한 복합내병계 오이 품종이다. 저온에서도 초세가 강하고 절간이 짧아 겨울철 한파에도 생육이 안정적이다. 글로벌아그로(주) 제품도 같은 부스에 마련됐다. 토양 내 수분 유지력을 높여 가뭄 피해를 예방하는 토양보습제 ‘스마트워터’와 고온·저온·건조 등 다양한 환경 스트레스를 줄여 생육을 안정시키는 ‘메소나’ 등도 소개했다.
(주)NH농우바이오는 올해 ‘대한민국 우수품종상’을 배추 품종 ‘청명가을’과 고추 품종 ‘19ITP4719’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특히 국무총리상(수출상)을 수상한 19ITP4719의 경우 스페인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품종으로, 고추마일드모틀바이러스(PMMoV)와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 흰가루병(PM) 등에 저항성을 갖추고 있다. 병해 저항성이 뛰어나 유럽 시장의 친환경 재배 수요에 부합한다. 과형이 곧고 균일해 상품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주)피피에스는 애호박에 힘을 줬다. ‘PMR저온기애호박’은 자사의 대표 품종인 ‘PMR내사랑애호박’에 흰가루병 내병성을 강화한 신품종이다. 품종명처럼 저온기에도 과실이 충분히 길게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정선균 피피에스 팀장은 “애호박이 저온기 재배 때 인큐베이터 비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보완한 품종”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복합내병계애호박’도 내놨다. 이는 내년 봄부터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종묘(주) 역시 기후변화 대응 품종을 내놨다. 그중 하나가 양배추 품종 ‘대박나’다. 더위에 강하고 내병성이 있는 조생종으로, 고랭지 봄파종 및 평탄지 가을·초봄재배에 적합하다. 브로콜리 품종 ‘에쿠스’는 초세가 왕성하며 내서성과 내병성이 뛰어나 재배가 용이하다. 또한 수출용 수박 품종인 황피수박 ‘골드인골드, 망고수박 ‘블랙허니플러스’ 등도 전시했다.
기후변화 대응 품종과 함께 여러 이색 품종도 눈에 띄었다. 세계종묘(주)의 고추품종 ‘꽈보라’가 있다. 과색은 보라색으로, 성숙기엔 녹색, 완숙기엔 붉게 변한다. 세계종묘는 ‘풋고추 상태일 때 먹는 것이 좋다’고 추천한다. 육질이 아삭하고, 매운맛이 적으며, 착과성과 수확량이 우수하다. 무엇보다 길이가 30cm로 길다.
대일국제종묘(주)도 고추 대과 품종으로 ‘회오리바람’을 출품했다. 회오리 모양으로 자라며, 과실 길이가 20cm를 훌쩍 넘는 대과종이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시장을 겨냥하고 있으며, 매운 볶음요리에 최적화된 고추 품종이다. 대일국제종묘(주)의 또 다른 이색 품종은 ‘AI 스마트’다. 이는 스마트팜에서 기르는 이제 전용무 품종이다. 이태송 대일국제종묘 대표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스마트팜 전용 무 품종로 다년간 스마트팜 내 실증을 통해서 육성했다”며 “높은 환경적응성으로 스마트팜 내에서 1년 내내 상시 재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준석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연구원은 “앞으로는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스마트팜 환경에 특화한 품종 개발도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원농종묘의 미니오이도 눈길을 끌었다. 이석형 농진원장은 국제종자박람회를 앞두고 오이의 새로운 트렌드로 미니오이를 언급한 바 있다. 오이 전문 육종 기업인 원농종묘는 미니오이 품종으로 ‘미니스탑’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잎은 작은 편이고, 농록색이 강건하다. 흰가루병 저항성이 있고, 노균병에도 비교적 강하다.
박람회 공동조직위원장이었던 조항진 한국종자협회장은 “기후대응 품종부터 시장에서 보기 어려운 이색품종까지 우리나라 종자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으로서 의미가 있었다”며 “지난해보다 전시 규모 등이 높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국제박람회에 걸맞게 해외 기업과 해외바이어의 참여를 확대하고 전시 품종도 다양화하고 전문화하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라고 제시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