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하림 기자ㅣ스위스 프릭·테르빌·바젤]
스위스와 유기농업은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지난해 스위스의 유기농지 면적은 약 19만㏊, 전체 경지 면적 중 유기재배 비율은 우리나라(2.5%)의 7.3배에 이르는 18.4%였다. 유기농 제품 매출액도 42억6600만스위스프랑(한화 약 6조9277억원)이나 됐다.
스위스 유기농업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연수단은 지난달 1일(현지시간) 방문한 스위스유기농업연구소(FiBL Switzerland)와 스위스유기농업협회(Bio Suisse)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 유기농업 연구의 중심에 닿다
아르가우주(州) 프릭에 위치한 스위스유기농업연구소는 세계 유기농업 연구를 선도하는 민간 연구기관 유기농업연구소(FiBL)의 시작점이 되는 곳이다. 유기농업연구소는 1973년 스위스에서 설립됐으며, 현재 독일·오스트리아·프랑스 등에서도 운영 중이다.
스위스유기농업연구소는 3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유기농업과 관련해 토양·작물·축산·먹거리체계 등을 폭넓게 연구하고 있다. 소개를 맡은 연구원 헬린 보즈베요글루씨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식의 교환을 통해 사람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건강하게 식량을 소비하는 체제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유기농업연구소의 여러 연구 중 특히 눈여겨볼 만한 것은 ‘DOK 장기 비교 시험’이다. 동일 조건에서 생명역동농업(자연에서 난 원료로 만든 증폭제를 사용하는 등 우주적 순환을 중시하는 농업, Biodynamic), 유기농업(Organic), 관행농업(Konventionell)을 시행해 그 결과를 비교·분석하는 시험으로, 1978년 시작해 반세기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연수단은 바젤란트주(州) 테르빌로 이동해 그 현장을 눈에 담았다.
연구에 따르면 생명역동농업과 유기농업은 관행농업에 비해 생산성은 낮으나, 토양 건강·생물다양성·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아쉽게도 연수단이 방문한 시기 시험 현장에서는 작물을 거의 키우지 않았지만, 연수단은 생명역동농업을 시행하는 땅을 직접 만지며 관행농업에 비해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토양의 탄력성도 더 좋은 것을 확인했다.
유기농업협회, 농업과 소비자를 잇다
스위스유기농업연구소가 체계적인 연구로서 유기농업을 지탱하고 있다면, 바젤슈타트주(州) 바젤에 위치한 스위스유기농업협회는 유기농민들을 연결하고 소비자에게 유기농 제품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스위스유기농업협회는 1981년 스위스 유기농업계가 연합해 설립했으며, 현재 스위스 유기농민 대부분과 33개 회원단체가 소속해 있다. 또한 꽃봉오리(Knospe)라는 유기농 인증체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유기농업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인증은 유기재배는 물론 △항공 운송 금지 △가온 재배 금지 △생물다양성 증진 목표 설정 등 유럽연합(EU) 유기농 인증보다 엄격한 기준을 지켜야만 받을 수 있다.
유기농업 인식 제고를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국제 업무 담당 직원 옐라 스트라우브씨는 “유기농 제품은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높기 때문에, 유기농 제품은 무엇이 다른지를 소비자의 뇌리에 각인될 때까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화학비료·농약 미사용 △지속가능한 식습관 △동물복지를 비롯한 가치를 광고·소셜미디어·뉴스레터·판촉행사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그런 노력들 덕인지, 유기농 제품은 스위스 소비자의 일상에 깊게 뿌리내려 있다. 지난해 스위스의 1인당 유기농 제품 소비액은 468스위스프랑(한화 약 76만원)이었으며, 매일 혹은 일주일에 여러 번 유기농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52%에 달했다. 유기농 제품의 유통 경로별 점유율도 소비자에게 친숙한 대형소매업체들인 쿱(Coop)과 미그로스(Migros)가 각각 42.9%, 31.0%를 차지했다.
연수단은 스위스 유기농업 현황부터 스위스유기농업협회의 운영 구조·재원 조달 방법까지 다양한 사안에 관심을 보였다. 조광철 전라남도친환경농업협회장은 “우리나라에선 대형마트에서 유기농 제품이 천대받는데, 스위스에선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친환경농산물을 팔아달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생산자조직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