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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고추 가격 약세…치솟은 생산비에 “적자 면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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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의진 기자]

지난 8월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된 올해산 건고추 가격이 전년보다 하락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전년보다 출하량이 늘어남과 동시에 생육 피해로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고추의 반입량도 많아졌다는 것이 지목된다. 농민들은 올해 건고추를 생산하는 데 드는 등유값 등 생산비가 폭등해 지금 수준의 시세로는 내년 농사를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서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경락된 건고추 화건 손꼭무(노지) 평균가격은 1근(600g)당 9429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하락했다. 화건 손꼭무(노지)란 기계로 말린 노지고추의 꼭지뿐만 아니라 꼭지 아래의 꽃받침까지 제거한 것을 말하는데,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에서 건고추 출하량이 가장 많은 서안동농협 공판장에서 거래 물량의 82%에 달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햇고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됐던 지난 8월에도 평균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8% 하락한 수준이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한두봉, 농경연) 농업관측센터는 지난달 2일 발표한 양념채소 관측전망에서 올해 건고추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1.4% 줄었으나 예상 단수는 1.3% 늘어 전체 생산량은 전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신성철 농경연 농업관측센터 양념채소관측팀장은 “국산 건고추는 가구 소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올해는 지난해와 같이 작황이 좋은 편인데, 소비가 예전처럼 원활하지 못하니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생산량 호조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물량이 많이 반입돼 가격이 하락했다는 설명도 있다. 김현수 서안동농협공판장 경매사는 “8월부터 작년 대비 10% 넘게 반입량이 늘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온전히 시세가 하락했다기보다는 온도장해와 가뭄으로 인해 품질이 떨어진 영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경북 영양군의 한 고추방앗간에서 농민들이 건고추 제분을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북 영양군의 한 고추방앗간에서 농민들이 건고추 제분을 하고 있다.

 

비교적 큰 폭의 가격 하락은 아니지만, 건고추를 생산하는 농민들은 ‘최후 마지노선’인 근당 1만원이 무너지면 농사를 지속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북 영양에서 3만평 규모의 고추 농사를 짓는 농민 권서문씨는 고추를 파종하고 수확하는 데까지 들어가는 생산 비용을 하나하나 적어서 보여줬다. 합산 결과, 1근에 1만원을 받아도 적자 수준이었다.

권씨는 “특히 올해는 등유값이 많이 올라 고추 건조하는 데 드는 비용이 지난해보다 약 42% 올랐다”며 힘겨움을 토로했다. 유가정보를 제공하는 ‘오피넷’에 의하면, 실제로 경북 영양에서 지난해 9월 1L당 평균 1010.59원이었던 실내등유(면세유)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최저 1347원에서 최고 1400원 수준이었다.

권씨는 “최소 수준으로 책정해도 이 정도 비용이 나온다. 더 비싼 약제를 사용하거나 더 많은 인력을 들이는 경우엔 더할 것”이라며 “하지만 가격은 너무 낮아 고추농가들이 빚더미에 앉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안동에서 800평 규모의 고추 농사를 짓는 금시면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조직교육위원장은 “지역마다 생산하는 환경은 다르겠지만, 서안동 공판장에 건고추를 출하하는 농민들에게 가격의 마지노선은 1만원”이라며 “1만원 초반대에서 1000원이 줄어든다는 것은 생산비를 제외한 이윤의 대부분 혹은 전부를 잃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평균가격이 1만원이 안 된다는 것은 그 가격보다 못 받는 농민들이 60~70%라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한편 농민들은 지역 농협의 건고추 수매가격이 공판장의 평균가격과 연동해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수매가가 낮게 책정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다. 권씨는 “농협의 수매가가 품위와 상관없는 공판장 평균가격에 맞춰 책정되면 다른 구매자들도 그에 맞춰 낮은 가격을 요구해온다”고 말했고, 안 위원장도 “농협이 자체 수매한 물량을 유통시킬 수 있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경북 영양군의 한 고추방앗간에서 한 농민이 곱게 제분된 고춧가루를 용기에 담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북 영양군의 한 고추방앗간에서 한 농민이 곱게 제분된 고춧가루를 용기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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