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의진 기자]
지난달 2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서 의결된 「농산자조금 조성·운용 및 자조금단체 육성에 관한 법률안(농산자조금법)」에 농민단체의 비판이 불거졌다. 농민들의 자율성으로 조직·운영돼야 할 자조금단체를 정부의 영향력 아래 종속시키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상임대표 윤일권, 농민의길)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에 법안소위를 통과한 「농산자조금법」 제정안은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한 채, 자율과 독립은 온데간데 없고 정부의 관리·감독과 통제 장치만 가득한 ‘악법’”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농민의길은 가장 먼저 이사회 내 소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했던 조항이 제외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간단체인 자조금단체에는 현장 여건에 맞게 스스로 조직을 꾸리고 운영할 권한이 필요한데, 그 수단인 ‘유연한 자율 운영 장치’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당초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이사회 내 위원회를 별도로 둘 수 있도록 했으나, 이는 “의사결정 구조를 일원화하려는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검토의견과 함께 심사과정에서 제외됐다.
다음으로는 총회 의결사항에서 자조금단체의 합병·분할이 제외됐다는 점을 비판했다. “장관 승인 절차를 우회해 별도의 단체가 신설될 수 있다”는 것이 심사과정에서 나온 삭제 이유다. 농민의길은 “조직의 결합과 분리는 생산자단체의 존립과 운영에 관한 핵심 사항인데, 이를 행정기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이 과연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더불어 농민의길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에게 별도의 ‘지역자조금’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는 점을 꼬집었다. 법안은 품목의 생산·유통 특성상 출하시기 또는 생산지역에 따라 동일 품목을 구분해 5년의 기간 제한을 걸고 자조금을 조성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생산자단체가 우려하는 점은 농식품부 장관이 가진 ‘승인 권한’에 있다. 정부가 같은 품목의 자조금단체를 분할해 생산자들을 견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거출금 미납 시 부과하는 과태료를 비롯해 정부의 처벌과 지원 제한이 과도하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새 법안이 거출금을 의무화하면서 거출금 미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안 시행 시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임의거출금’으로 운영되는 기존 임의자조금단체는 3년의 기간 안에 거출금을 의무화해야 하는데, 새 법안은 거출금 미납 시 과태료를 규정하고 있다. 또, 거출금을 납부하지 않거나 생산·유통 자율조절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생산·유통·수급조절 관련 정부·지방자치단체 지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농민의길은 “자조금을 납부해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고 소득이 보장된다면 정부가 강제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더 많이 낼 수 있는 것이 우리 농민”이라며 “법안에 절실히 담겨야 할 내용은 거래교섭력을 가진 산지 조직화를 통한 농산물의 안정적인 수급과 가격보장”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농수산물 자조금을 함께 다루고 있는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서 농산자조금 관련 사항을 별도의 법률로 분리하는 이번 법안은 자조금단체의 법적 지위와 설립 절차, 지배구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 등의 입법 절차만을 남겨놓고 있다.
농민의길은 남은 입법 과정에서 현재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을 폐기하거나 농업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