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GSP 종료 후 590억 수준 정체
영세 업체 자체 투자 어려워
종자업체 육종 실적 악화
실적업체 2017년 28→2024년 13%
우리나라 종자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종자 R&D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디지털 육종 기술 도입을 도입하고, 기후변화 적응성 신품종을 개발하는 등 종자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정부의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엄태영 국민의힘(충북 제천·단양) 의원은 지난 9월 2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서삼석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과 함께 ‘국내 종자산업 지원강화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선 종자주권 확보가 중요하다는 공감대에서 국내 종자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개회식엔 염태영 의원·서삼석 위원장과 함께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 송옥주 더불어민주당(경기 화성갑) 의원, 주호영 국민의힘(대구 수성구갑)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박기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종자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제언’으로 종자 R&D 예산 확보를 강조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정부의 GSP(골든시드프로젝트) 사업(2013~2021년)이 진행되던 당시 종자업체의 R&D 투입액은 2017년 821억원까지 증가했다가 사업 종료 이후 590억원 수준으로 감소, 정체 중이다. R&D 투자 위축은 종자업체의 육종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종자업체 가운데 육종 실적이 있는 업체 비중은 2017년 28%에서 2024년엔 13%로 크게 줄었다. 그만큼 종자업계의 신품종 개발 의지가 약화됐다는 것. 이는 품종보호출원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2015년 756건을 정점으로 2023년 572건, 2024년엔 518건 등 500건대에 불과한 상황. 박 선임연구위원은 더욱이 기후변화 적응 품종 개발의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현재,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도 종자 R&D 예산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안정적인 R&D 예산 확보를 통해 세계적 대세인 디지털 육종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글로벌 종자기업은 디지털 육종 기술로 신품종을 신속하게 개발하고 있다”며 “관행 육종기술만으로는 이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만큼 디지털 육종 기술이 필수이지만, 영세한 종자업체는 자체 투자가 불가능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진용익 농촌진흥청 연구개발과 연구관은 “2027년부터 농촌진흥청에서 디지털 육종 플랫폼을 민간에 개방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디지털 육종을 수행하기 위해선 상당히 많은 예산이 필요해 이 플랫폼을 통해 농촌진흥청이 갖고 있는 유전자원을 민간에서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육종 플랫폼은 작물 품종을 개발하는 전 과정을 디지털화한 통합 시스템이다. 다양한 품종의 육종 데이터를 축적, 최신 생명공학 기술과 연결해 신품종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육종기술 도입
기후 대응 신품종 개발 시급
전문인력 양성도 서둘러야
이러한 의견에 대해 정인화 농림축산식품부 첨단기자재종자과 사무관은 “종자 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국가 기반 산업으로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R&D를 통한 신품종 육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과거에 GSP를 추진했고, 이후에 대형 R&D를 추진하려고 했지만 반영되진 못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R&D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후속으로 R&D 과제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무관은 “현재 추진 중인 과제는 ‘첨단정밀육종활용고부가산업화기술개발’ 사업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도에도 100억원 정도로 설정돼 있는데, 디지털 육종 수준을 고도화하기 위해서 더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한 만큼 국회 단계에서 예산을 더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수 종자를 생산해 농업인에게 공급할 수 있는 시설장비를 지원하는 ‘종자기반구축’ 사업의 경우 내년도 예산을 올해 100억원보다 늘리려고 했지만 정부안보다 감액된 수준으로 책정돼 있어 이를 증액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재록 한국종자협회 부회장은 “AI 시대에 걸맞게 디지털 육종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전통 육종이 기본이니 이를 지켜가면서 조화롭게 추진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의견을 더했다. 그러면서 안 부회장은 종자 산업에 종사할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안 부회장은 “2020년 GSP가 진행되던 시기에 육종 인력 중 39세 이하는 330여 명이었지만, 2024년도 기준 200여 명으로, 4년 사이 40%가 감소했다”며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옛말이 있듯 청년들이 비빌 언덕을 마련해줘야 하며, 결국 연구실이 돌아가야 청년들이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과감하게 R&D를 투자해야 하는 이유이며, 종자 산업이 미래 세대에도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정부에서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박 선임연구위원도 “디지털 육종 전환과 트렌드 대응 신품종 개발, 수출지향형 품종 육종 등을 위해선 전문 인력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며, 정부 지원을 통해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엄태영 의원은 개회사에서 “‘농부는 굶어 죽어도 다음 농사를 지을 씨앗을 베고 죽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우리는 이러한 종자의 중요성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며 “앞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종자 산업을 위한 연구 개발을 지원하고, 더 나아가 K-종자가 전 세계로 수출하는 그러한 부흥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