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처음으로 ‘인공지능(AI) 기반 경영혁신 컨설팅’ 지원단을 발족해 전국 55곳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시범 추진했다. 이 가운데 작기가 끝난 33곳 농가의 농업소득 추이를 분석한 결과 21곳에서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이 증가한 21곳 농가의 농업소득은 평균 87.4%, 1기작 10a 기준으로는 523만원이 증가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올해는 1000곳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본보는 지난해 인공지능 기반 경영혁신 컨설팅 지원 사업 중 소득이 증가한 4곳의 컨설팅 효과를 분석해 연재한다.
블루베리로 ‘인생 2막’을 꿈꾸다
베리조아농원은 은행에서 30년을 근무하다 귀촌한 이대호 대표가 10년 동안 일군 농장이자, 어린이들이 친환경 블루베리를 체험하고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환경을 생각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깨끗한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는 이대호 대표의 인생 2막을 들어본다.
은행원 30년 마치고 충주 귀촌
무농약 농장 10년 동안 일궈
직거래가 80% ‘충성고객’ 확보
이대호 베리조아농원 대표는 블루베리 재배를 시작한 지 10년이 됐다. 그의 나이 70을 감안하면 늦은 나이에 농업 현장에 뛰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유는 애초부터 농업인의 길을 걷지 않은 그의 경력에 있다. 은행에서 30년을 근무하다 귀촌을 결심했고, 늦은 나이지만 귀농 교육을 꾸준히 받으면서 이제는 농민의 삶을 선택했다.
그가 인생 2막으로 블루베리 농사를 시작하게 된 건 충북 충주로 귀촌한 이후 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 상담을 받고, 건국대학교 글로벌캠퍼스에서 농업인 교육을 받으면서 블루베리의 장점을 알게 된 것. 무엇보다 농약 없이도 작물을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비교적 늦은 나이에 농사를 시작하면서 신체적 한계가 있어 다른 작목보다 중량이 적게 나간다는 장점도 블루베리를 선택한 이유다. 그렇다면 관행 농법보다 손이 많이 가면서 재배환경에 신경을 써야 하는 친환경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대호 대표의 얘기다.
“은행에서 퇴직하면서 유기농 카페에 가입을 했어요. 그러면서 귀촌하면 내가 먹을 채소는 내가 길러서 먹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러려면 농약 없이 채소를 기르는 방법은 친환경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무농약 친환경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그의 농장은 어린이들이 맘껏 뛰어놀면서 블루베리를 직접 따 먹을 수 있는 체험농장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자하는 그의 사명감이 반영된 것이다. 지금의 친환경 블루베리 농장을 일구기까지의 과정에서도 이대호 대표의 집요함이 돋보인다. 2015년 땅을 구입해 1년 동안 블루베리를 식재할 수 있을 정도의 땅을 가꾸는 데 집중했다. 농업기술센터의 토양분석을 통해 부족한 유기물을 채우면서 식재는 1년 뒤로 미뤘다. 1년 늦게 식재해도 10년을 앞서 갈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 그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올해 5월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1차 비대 이후 블루베리의 성장이 멈추면서 상품성이 떨어지고, 생산량이 감소한 것이다. 이대호 대표는 “이전에는 날씨로 생산량이 줄어든 경우가 없었는데, 올해는 이상기후를 직접 체감한 해였다. 앞으로 이상기후를 대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바로 시행을 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70세 농부
‘AI 이삭이’ 통해 문제 해결하고
판로 확보·가격 조정 방안 모색
‘바로바로’ 앱선 영농일지 작성
인건비 절감엔 ‘도시농부’ 활용
이대호 대표는 이상기후의 해법을 끊임없는 ‘공부’에서 찾고 있다. 그러면서 찾은 해법은 ‘미세살수 장치’. 미세살수 장치는 블루베리 나무가 꽃을 피우는 3~4월 꽃샘 추위, 다시 말해 동해 방지를 위해 설치했는데 기온이 높을 때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올해 8월부터 미세살수 장치를 이용해 과원의 온도를 3도 정도 떨어트려 블루베리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줄였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농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까지 확장했다.
이 대표는 “지금은 농장에 문제가 생기면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AI 이삭이’를 활용하고 있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답변을 바로바로 알려줘 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활용 외에도 이 대표는 2018년부터 영농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그가 사용하는 영농일지는 충청북도 농업기술원의 스마트폰 농가경영기록장인 ‘바로바로’ 앱이다. 이곳에 자신의 작업일지와 매출 등의 변동사항을 말 그대로 ‘바로’ 입력한다. 이를 통해 자산변동 사항은 물론 대차대조나 손익계산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활용이 높은 이 대표는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실시한 ‘AI 기반 경영혁신 컨설팅’에도 참여했다. 컨설팅 결과 전국 소득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131곳의 블루베리 재배농가 중 총수입과 경영비, 소득이 모두 상위권을 차지했다. 농장 운영 10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이뤄낸 성과라 놀랍다. 다만 소득률에선 중위권을 보여 소득률 제고를 위한 진단을 컨설팅 받았다. 그 내용은 생산량은 우수하지만 판매단가가 평균 수준이라 판매 단가를 높이기 위한 품질개선 및 고부가가치 판로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이 같은 인공지능의 컨설팅 결과에 대해 이 대표는 “인공지능이 내가 몰랐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줘 놀라웠다. 결과에 대해 의심은 없었다”며 “인공지능이 실수도 있겠지만, 입력 값이 정확하다면 결과도 정확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결과를 충분히 인지하고 개선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판매 단가 인상을 고심 중이다. 베리조아농원의 주요 출하처는 직거래다. 80%를 직거래로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이른바 ‘충성 고객’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판매 단가 인상이 자칫 충성 고객의 발길을 돌릴 수 있지만 안전하고 상품성 높은 블루베리를 생산한다는 자신의 노력을 고객들이 인정해 줄 것이라 믿고 있다. 또한 컨설팅 이후 변화된 것은 인건비 절약을 위한 시도에 나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충청북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도시 농부’를 인건비 절감에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한 컨설팅이 이 대표의 농장 경영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지역과 함께하는 농업 실천
친환경블루베리연구회
30여명 이끄는 회장
천연 방제 노하우 공유
이대호 대표는 현재 충주시 친환경블루베리연구회 회장으로, 30여 명의 회원을 이끌고 있다. 연구회는 정기 모임과 수시 모임을 통해 서로의 재배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면서 친환경 무농약 재배를 하는 과정에서 관리가 가장 까다로운 병해충 방제의 비법을 터득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유기농자재를 사용하는 대신 고삼이나 백두옹(할미꽃) 등을 활용해 천연자재를 직접 만들어 살포하고 있다. 여기에 살충효과가 높은 자담오일, 황토유황 등을 활용하기 위해 교육도 빠짐없이 들으면서 자신만의 재배기법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연구회는 회원이 사고 등으로 부득이하게 농사 일을 못하는 경우 적과나 수확 등의 일손을 돕기도 한다. 지역의 커뮤니티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발휘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을만하다.
이대호 대표는 농장을 운영하는 것도 결국은 경영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특히 경영은 목표를 기반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매년 목표를 세우고 부족한 것은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다. 이 대표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이 짧다면 짧은 10년의 성과다”며 “앞으로 블루베리 재배를 필요로 하는 농가가 있다면 노하우를 공유하고, 컨설팅도 해 주고 싶다. 특히 농업을 희망하는 청년농업인들이 있다면 시설이 아닌 노지에서도 억대 농부의 꿈을 꿀 수 있는 블루베리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희망을 전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