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농사보다 태양광 수익이 낫다”
국무회의서 ‘태양광 농사’ 언급
“묵은밭은 문제의 시작 아닌 결과
농사가 돈 안 되는 현실 풀어야”
야, 전수조사와 연계 연일 공세
“묵은 밭은 문제의 시작이 아니라 문제의 결과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묵어 있는 밭에 태양광을 설치해 농가소득을 높이는 방안을 언급한 가운데, 농촌에서는 태양광 활용에 앞서 ‘왜 밭이 묵게 됐는지’부터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이 대통령 발언을 농지 전수조사와 연계해 쟁점화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두 정책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전력망 혁신 대책을 보고받은 뒤 햇빛소득마을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묵은 밭에 태양광을 깔아 연결해 동네에서 쓸 건 쓰고 나머지는 팔면 전통적인 농사보다 훨씬 몇 배 남는다”며 “송배전망만 제대로 깔리면 태양광 농사를 짓는 것이 먹고사는 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배추, 무, 콩 심는 것보다 (수익이) 몇 배 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 “군 단위의 인구 소멸로 10~20년 지나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떠나가시고 텅텅 빌 골짜기가 많은데 그런 곳에 태양광 농사를 해야 된다”며 “농지·국토 활용, 에너지 자급률, 재생에너지 확충을 같이 높일 수 있어 권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귀농·귀촌해서 태양광 농사를 짓는 것도 곧 유행이 될 것”이라며 송배전망을 미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 이후 농촌에서는 묵은 농지가 발생한 배경부터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북 영양의 고재섭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편지 형식으로 올린 ‘대통령님, 그 밭은 왜 묵었을까요’에서 “묵은 밭은 문제의 시작이 아니라 문제의 결과”라고 짚었다.
고 씨는 “농사가 돈이 되지 않는 현실을 그대로 둔 채, 농사보다 태양광이 돈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농촌의 해답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농사짓는 사람이 계속 사라진다면 우리의 먹거리는 누가 생산할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묵은 밭을 보시거든 그곳에 무엇을 설치할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왜 그 밭에서 사람이 사라졌는지를 먼저 물어봐 주십시오”라며 농업소득뿐 아니라 주거·교육·의료·돌봄·일자리·농지 등 농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통령의 태양광 발언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농지 전수조사와 맞물리며 정치권 공방으로도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9월 30일 충북 충주에서 농지 전수조사 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추진하는 농지 전수조사와 태양광 정책의 연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왜 지금 시점에 굳이 대통령이 이렇게 농지 전수조사에 집착하는가”라며 이 대통령의 ‘묵은 밭 태양광’ 발언을 거론했다. 장 대표는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를 태양광에 활용하려는 정책과 농지 전수조사가 연계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문을 제기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농지 전수조사로 농민 가슴에 대못을 박아놓고 이제 느닷없이 태양광 농사를 꺼내 들었다”고 비판하며, 과거 태양광 사업 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이 농촌에서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설명자료를 내고 농지 전수조사와 태양광 확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농식품부는 “농지 전수조사가 태양광 확대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농지는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의 기반이자 한정된 국가자원으로 농업에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태양광은 소유자 동의를 전제로 다양한 활용 방안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