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으로 돌아가기

특용작물

한 밭에서 6년

인삼 한 뿌리는 그늘 아래에서 최대 6년 동안 한 밭을 차지하며 그 사이 모든 여름을 견딥니다. 수확이 끝난 땅에서는 10년이 넘도록 다시 인삼을 기르기 어렵습니다. 한국의 인삼 농가가 끊임없이 옮겨 다니는 이유이자, 이제 업계가 한곳에 머무는 재배를 시도하는 이유입니다.

글 박성훈
7분 분량

금산의 인삼밭. 기둥에 받친 푸른 차광망 아래 붉은 열매가 달린 인삼이 줄지어 자라고 있다
충남 금산의 인삼밭입니다. 붉은 열매가 맺힌 인삼이 차광망 아래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해가림 시설은 뿌리가 땅속에 있는 4~6년 내내 밭을 덮고 있습니다. · 제공: Geumsan County, via geumsan.go.kr · 라이선스: 공공누리 제1유형

10월 2일 충남 금산에서 제44회 금산세계인삼축제가, 이튿날 경북 영주에서 풍기인삼축제가 문을 열었습니다. 두 축제 모두 11일까지 이어지며, 농협경제지주가 이달 말까지 꼽은 전국 11개 지역 인삼축제 가운데 두 곳입니다. 시기를 정하는 것은 작물입니다. 농촌진흥청은 10월부터를 수삼 수확 철로 봅니다.

축제 판매대에 오른 인삼은 긴 승부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인삼은 경작지에 해가림 시설을 세우고 4~6년 동안 재배합니다. 그동안 밭은 아무런 수입도 내지 않습니다. 마침내 인삼을 캐더라도 그 땅에 곧바로 다시 심을 수는 없습니다. 농촌진흥청은 밭 토양에서는 10~15년, 논 토양에서는 4~5년이 지나야 다시 인삼을 재배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인삼 농사는 새 땅을 찾아 10년 가까이 맡기고, 그다음 다른 땅으로 옮겨 가는 일의 반복입니다.

지금은 폭염과 잦은 비, 줄어드는 수출 시장, 인삼을 한 번도 기르지 않은 땅의 부족이 한꺼번에 이 셈법을 압박하고 있고, 전국 인삼 재배면적은 정점 때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한 밭을 6년 동안 붙잡아 두는 데 드는 비용과, 업계가 시도하는 대안을 살펴봅니다.

숫자로 본 인삼

인삼 재배면적(2024년)
1만 585헥타르
이 가운데 그해 수확한 면적은 2,712헥타르입니다. 농식품부 통계의 최고치는 2010년의 1만 9,010헥타르였습니다.
인삼 재배 농가(2024년)
1만 5,877호
2014년에는 2만 2,986호였습니다.
밭에 다시 심기까지 기다리는 기간
10~15년
논 토양에서는 4~5년입니다(농촌진흥청).
인삼 수출액(2025년)
2억 350만 달러
2022년에는 2억 6,970만 달러였습니다(aT 수출 통계 기준).

몇 해를 기다려 한 번 거두는 작물

인삼 농사의 달력은 밭보다 먼저 시작됩니다. 농촌진흥청은 4년근을 수확할 계획이면 3년생 때, 5~6년근이라면 4년생 때 열매를 따라고 안내합니다. 씨앗은 그 뒤 약 90~100일 동안 씨껍질을 벌리는 개갑 과정을 거쳐야 싹을 틔웁니다.

법도 햇수를 셉니다. 「인삼산업법」은 연근을 인삼이 출아해 자란 햇수로 정의하고, 수삼(말리지 않은 인삼), 백삼(익히지 않고 말린 것), 홍삼(쪄서 익혀 말린 것)을 구분합니다. 판매를 목적으로 인삼을 경작하려는 사람은 6월 1일까지 관할 인삼협동조합에 신고해야 하며, 인삼류는 연근·품질·포장·표시 검사를 받지 않으면 판매하거나 수출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단 한 번의 수입으로 이어집니다. 농촌진흥청의 2025년 농산물 소득 조사에서 4년근 인삼은 4년 1기작 기준 10a(1,000㎡)당 수량 680킬로그램, 킬로그램당 2만 4,670원, 소득 744만 1,000원이었습니다. 이 소득은 한 해가 아니라 한 작기 전체의 몫입니다.

그래서 인삼 농사는 새 땅을 찾아 10년 가까이 맡기고, 그다음 다른 땅으로 옮겨 가는 일의 반복입니다.

밭이 계속 옮겨 가는 이유

인삼을 캔 밭에 곧바로 다시 심을 수 없는 이유를 연작장해(이어짓기 장해)라고 합니다. 농촌진흥청은 뿌리썩음병을 비롯한 토양 병해가 인삼을 기르는 동안 쌓여, 한 번 재배한 곳에서 이어서 재배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2018년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된 금산 전통인삼농업에 대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농민들이 15~20년 주기의 윤작을 한다고 소개합니다.

인삼을 한 번도 기르지 않은 땅이 줄어들면서 재배는 논으로 옮겨 갔습니다. 농촌진흥청 집계로 논 인삼 재배면적은 2018년 5,625헥타르(전체의 36.4%)에서 2022년 7,308헥타르(49.6%)로 늘었고, 농촌진흥청은 이를 연작장해 때문에 처음 재배하는 밭이 부족해진 결과로 봅니다. 새 땅이라도 농촌진흥청은 녹비 작물을 심어 1~2년 동안 준비하라고 권합니다.

농식품부 통계를 보면 2024년 인삼 재배면적 1만 585헥타르 가운데 그해 수확한 면적은 2,712헥타르였습니다. 디 애그 다이제스트가 계산하면 약 네 곳 중 한 곳꼴이며, 나머지 땅에는 아직 수확할 때가 되지 않은 뿌리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앞쪽에 짚으로 지붕을 얹은 낮은 인삼 이랑과 짚 움막이 있고, 그 뒤로 현대식 푸른 해가림 시설이 넓게 펼쳐져 있다
금산 전통인삼농업의 짚 지붕 이랑과 그 뒤로 펼쳐진 현대식 해가림 시설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긴 윤작 주기를 지닌 이 전통 농법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했습니다. · 제공: Geumsan County, via geumsan.go.kr · 라이선스: 공공누리 제1유형

인삼은 어디에서 자라는가

2024년 시도별 인삼 재배면적(헥타르)입니다. 강원이 가장 넓고 경기와 충북이 뒤를 잇습니다. 금산이 속한 충남은 네 번째입니다.

대한민국 도별 인삼 재배면적 지도경기인천강원충북세종충남대전경북전북경남전남

지역을 선택하면 강조됩니다.

범례 (헥타르)
  • 31–451
  • 451–871
  • 871–1,291
  • 1,291–1,711
  • 1,711–2,131
도별 인삼 재배면적
지역인삼 재배면적 (헥타르)
경기1,901 헥타르
인천40 헥타르
강원2,131 헥타르
충북1,835 헥타르
세종77 헥타르
충남1,693 헥타르
대전31 헥타르
경북1,258 헥타르
전북1,248 헥타르
경남79 헥타르
전남291 헥타르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연보에 실린 2024년 시도별 인삼 재배면적(헥타르)으로, 수확면적이 아닌 재배면적입니다. 통계연보에는 11개 시도가 실려 있으며, 나머지 지역은 값 없이 표시했습니다. 값이 없다고 해서 재배면적이 0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개별 농가 단위 자료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20도의 작물

한곳에서 6년을 보낸다는 것은 같은 자리에서 여름을 여섯 번 견딘다는 뜻이고, 인삼은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식물입니다. 농촌진흥청은 인삼을 20℃ 안팎에서 잘 자라는 저온성 작물로 설명하며, 30℃ 이상의 고온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 광합성이 멈춘다고 밝힙니다. 모종 삼부터 2년생까지의 어린 인삼이 가장 큰 피해를 입습니다. 해가림 시설이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만, 그 효과도 여름이 얼마나 순한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는 비가 문제의 나머지 절반이 됐습니다. 농촌진흥청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6개 주산지의 병 발생 양상을 조사했습니다. 점무늬병에 걸린 잎의 비율은 2021~2022년 3~5% 수준이었으나 2025년에는 연천 58.3%, 금산 61.4%까지 치솟았습니다. 탄저병은 2023년 연천에서 22.4%를 기록한 뒤 2025년 금산에서 69.2%까지 늘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9월 일부 지역에서 지상부 고사율이 80~95%까지 높아지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농촌진흥청은 그 원인을 날씨에서 찾습니다. 장마 전후로 고온다습한 날이 이어지면 병이 더 일찍, 여러 가지가 겹쳐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올여름 농림축산식품부는 폭염과 가뭄으로 피해를 입은 농작물을 전국 5,887.8헥타르로 집계하면서 인삼을 단감·배·대파와 함께 맨 앞에 꼽았습니다. 이 수치는 모든 작물을 합한 것으로, 인삼만의 피해면적은 따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인삼밭은 맨 마지막에 한 번 값을 받고, 그 뒤로는 오랫동안 쉬어야 합니다.”
— 디 애그 다이제스트

수출이 말해 주는 것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수출 통계에 따르면 인삼 수출액은 2022년 2억 6,970만 달러를 기록한 뒤 3년 연속 줄었습니다. 2023년 2억 6,020만 달러, 2024년 2억 4,930만 달러, 2025년 2억 350만 달러입니다. 2025년 수출액 가운데 중국이 7,81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 베트남, 미국이 뒤를 이었습니다. 같은 통계로 2026년 1~8월 수출액은 1억 350만 달러였습니다.

나라 밖으로 나가는 것은 대부분 축제 판매대의 뿌리가 아닙니다. 농식품부의 2024년 품목별 집계는 홍삼(원형삼) 7,370만 달러, 인삼음료 6,770만 달러가 앞섰고, 수삼은 16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농식품부는 aT와 기준이 다르고 총액이 더 큰 자체 수출 집계도 내는데, 이 집계로 2026년 상반기 수출은 1년 전보다 21.6% 줄었습니다.

한국농업신문 보도에 따르면 7월 농식품부·aT와 수출업체 간담회에서 업체들은 중국의 '고려홍삼 수입약재표준 개정'과 베트남의 '식품안전법 개정'을 현안으로 꼽았고, aT는 유럽·중동 등 신흥 시장에서 바이어와 새 판로를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보도에서

그들의 말

  • 해마다 인삼 농가가 좋은 땅을 찾아 옮겨 다녀야 하는 고충과 사람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기상재해까지 이중고에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다
  •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시장 여건 변화와 각국의 보호 무역주의 강화 추세로 우리 인삼 수출이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소나무 숲 아래, 나무 기둥과 푸른 차광망, 옆가림막으로 덮인 인삼밭. 가을을 맞아 잎이 노랗게 물들고 있다
2010년 10월 경북 영주 부석사 인근의 기존 해가림 시설입니다. 농촌진흥청은 이보다 시원하고 튼튼한 대안으로 이중구조 하우스를 내놓았습니다. · 제공: Eugene Kim, via Flickr · 라이선스: CC BY 2.0

머무는 법을 배우다

농촌진흥청이 내놓은 답은 옮겨 다니지 않는 것입니다. 이를 정착형 재배라고 부릅니다. 같은 자리에서 작기를 거듭하며 인삼을 기르되, 이중구조 하우스 안에서 재배하는 방식입니다. 하우스는 천장이 기본으로 60cm 열려 있고, 그 위에 열고 닫을 수 있는 외부 차광망을 덧댔습니다. 농촌진흥청은 한여름 폭염 때 내부 온도를 기존 해가림 시설보다 2~3℃ 이상 낮출 수 있고, 태풍과 폭설에 견디는 성능도 인정받았다고 설명합니다. 현재 전국 14곳에서 이 기술을 보급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20곳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한곳에 머물려면 땅을 쉬게 하는 대신 다스려야 합니다. 농촌진흥청은 녹비 작물 재배, 토양 소독(훈증), 뿌리썩음병균을 억누르는 미생물(길항균) 투입을 하나로 묶은 종합 방제 기술을 내놓았습니다. 한 자리에서 작기를 거듭하며 예전 같은 손실 없이 인삼을 기를 수 있는지는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며, 이를 판단하려면 적어도 4~6년의 한 작기가 온전히 지나야 합니다.

올가을 기리는 전통은 옮겨 다니는 쪽의 전통입니다. 정부는 2020년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를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했고, 국가유산청은 2026년 3월 31일 「인삼문화: 지식, 기술 그리고 사회문화적 실천」을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했습니다. 등재 여부는 2028년 12월에 결정될 예정입니다.

햇수로 재는 작물

공식 통계와 보도자료, 유산 목록으로 정리한 인삼의 땅과 유산, 교역의 주요 시점입니다.

  1. 2010년
    인삼 재배면적 최고치

    농식품부 통계의 최고치인 1만 9,010헥타르.

  2. 2015년
    금산 전통인삼농업,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3. 2018년 7월
    금산 전통인삼농업,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4. 2020년 12월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 국가무형유산 지정
  5. 2022년
    수출 최고치, 인삼 절반이 논에서

    수출액 2억 6,970만 달러(aT), 논 재배 비중 49.6%(농촌진흥청).

  6. 2025년
    잎 병해 급증, 수출 2억 350만 달러로 감소

    금산 점무늬병 병든 잎 비율 61.4%(농촌진흥청 조사).

  7. 2026년 3월 31일
    「인삼문화」 유네스코 등재 신청
  8. 2026년 10월
    수확과 축제의 계절

    금산(10월 2~11일), 풍기(10월 3~11일) 등 11개 지역.

  9. 2028년 12월
    유네스코 등재 여부 결정 예정
출처: MAFRA; aT (KATI); RDA; FAO; Korea Heritage Service; compiled by The Ag Digest2026년 10월 2일 기준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수삼과 '원산지 금산, 품명 인삼'이라고 적힌 손글씨 표지
2011년 부산의 한 시장에서 판매 중인 수삼입니다. 표지에 원산지가 금산으로 적혀 있습니다. 가공한 인삼류에는 연근도 표시해야 합니다. · 제공: Brücke-Osteuropa, via Wikimedia Commons · 라이선스: CC0 1.0

축제 판매대 앞에서

이달 사는 인삼에는 그 햇수가 표시돼 있습니다. 인삼류에는 연근과 원산지를 표시해야 합니다. 몇 년근인지, 밭에서 자랐는지 논이었던 땅에서 자랐는지, 홍삼이라면 상자에 검사 표시가 있는지 물어볼 만합니다.

더 어려운 질문은 판매대 뒤에 있습니다. 이중구조 하우스가 제 역할을 한다면 한 밭에서 인삼을 거듭 기를 수 있고, 업계는 더 이상 새 땅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6년의 승부도 지난번처럼 인삼이 한 번도 자라지 않은 어딘가에서, 뿌리를 캘 때까지 돈을 만져 보지 못할 농가가 걸게 될 것입니다.

장소와 날씨가 다른 작물의 지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는 북쪽으로 움직이는 과수원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다른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