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외식과 급식 분야에서 국산 김치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단순한 선언적 목표 설정을 넘어 세제 혜택, 공공조달, 연중 안정 공급망 구축을 아우르는 ‘패키지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치자급률 법제화 국회 토론회’를 열고 현장에서 작동하는 실효성 있는 지원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현행 수입 김치가 외식과 급식 시장을 과도하게 잠식하고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며 선언적인 목표 제시에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실질적인 법 개정과 제도적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들은 특히 기존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김치 사용 확대를 위해서는 단순 권고가 아닌 구체적인 법 개정과 패키지 형태의 제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수입산과 국산의 가격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세제 지원을 비롯한 실질적 혜택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일치했다. 아울러 민간 외식업계의 자발적 전환을 견인하기 위해 공공급식과 공공조달 영역에서 국산 사용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 수입산에 밀린 국산, 현실적 유인책 절실
이날 현장에서는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이무진 전국마늘생산자협회 부회장, 유미화 GCN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 정민서 대한민국김치협회 부회장, 정경석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 등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무진 부회장은 “알몸 김치, 녹슨 굴착기 작업, 보존 약재 사용 등 중국산 위생 파동이 터질 때마다 반짝 관심에 그쳤을 뿐 외식업체가 자발적으로 국산 김치를 쓰게 유도할 근본적 유인책은 단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되지 않았다”고 질타하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을 예로 들며 농업 분야에 대한 정책적 차별을 지적했다.
그는 “소부장 특별법처럼 타 산업은 국산화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대 70%까지 보전해 주는 지원을 쏟아붓는데 김치는 왜 안 되느냐”라며 “국산과 수입산 간 3~4배에 달하는 가격 차이를 메워줄 세액공제 등 현실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패널로 나온 유미화 상임대표는 소비자를 중심에 둔 자급률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소비자는 무조건 싼 것만 찾는다는 편견은 불쾌한 오해”라며 “애국심에 호소해 국산 김치를 사 먹으라는 방식이 아니라 품질과 맛으로 자발적 선택을 이끌어내도록 정부가 연구개발을 뒷받침하고 투명한 적정가격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치 명인인 정민서 부회장은 김치 가공업계가 벼랑 끝 위기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쿠팡 등 주요 이커머스 시장에서 김치 판매 순위 2위가 기존 대기업 브랜드를 제치고 수입 김치 브랜드로 뒤바뀔 정도로 중국산에 대한 소비자의 경각심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김치 자급률 정의의 명확한 구분과 차등 지원 △공공급식 조달 평가 기준 전면 개편 △포장 형태에 따른 부가가치세 제도 개선과 김치 특례 △배추·무·고추·마늘 등의 계약재배·정부비축·공동물류 체계 일원화 △수입김치가 면세혜택을 누리는 조세 불균형의 재정립 등 ‘패키지 법제화’를 요구했다.
그는 “법률에 목표치만 선언적으로 적어두면 종이쪽지에 그치고 만다”며 “실행 주체, 예산, 세제 혜택, 품질 기준, 성과지표까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패키지 법제화가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 농식품부, 계약재배 확대 약속…‘직접 지원’은 신중
정 정책관은 현장의 고충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행정적·재정적 현실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김치 시장에서 수입산 김치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문제에 따른 대책으로 계약재배 확대와 가공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정 정책관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김치 제조업체와 산지 농가 간 계약재배를 확대하고 상생 협력 업체에 정책 자금과 예산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며 “위축되고 있는 소규모 산지 가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식품외식종합자금 융자 등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격 차액 직접 지원과 공공급식 법적 의무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정 정책관은 “차액 보전 방안을 재정당국과 협의할 때마다 늘 세계무역기구(WTO) 농업보조금 감축 규범(보조금 한도) 문제에 부딪힌다”며 “1~2년 시범사업은 추진해 볼 수 있겠으나 연례적인 대규모 재정 투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된장, 간장, 고추장 등 타 전통 발효식품 품목과의 형평성 문제도 존재한다”고 난색을 표했다.
공공조달 강제 규정과 관련해서는 “학교 급식은 시도교육청, 군 급식은 국방부 소관이라 농식품부 단독으로 강제하기 어렵고 실제 군 장병 급식 현장에서는 조리 편의를 이유로 국산 포기김치보다 완제품 밀키트를 선호하는 괴리가 있다”며 “법적 의무화와 더불어 단체급식 현장에서 국산 김치의 영양학적 가치 확산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