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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는 로봇, 농작업 부담 덜어줄까] 어깨 근육 사용량 33% 감소…“농업 특화제품 개발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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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지난 6월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2026 농업기술박람회’에서 농업인들의 눈길을 끈 웨어러블 장비. 이날 농업인들은 직접 웨어러블 장비를 착용하고 위보기 작업을 시연하면서 노동력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확인했다.
지난 6월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2026 농업기술박람회’에서 농업인들의 눈길을 끈 웨어러블 장비. 이날 농업인들은 직접 웨어러블 장비를 착용하고 위보기 작업을 시연하면서 노동력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확인했다.

근력보조 장비 사용농가 호응
아직까지 상용화 전 단계 그쳐
상용제품 개발 최우선 과제
충남·제주 등 지자체 보급 나서
복지제도와 연계 검토 목소리

“팔에 힘이 많이 안들어가 평소보다 오래 작업할 수 있다.”
“최대한 빨리 농가에 보급이 필요하며, 개인 구매가 가능하면 구매하고 싶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많은 지원을 통해 농업인의 구매 부담을 낮춰줬으면 좋겠다.”

어깨 보조 웨어러블 근력보조 장비를 직접 사용해 본 농업인들의 의견이다. 국립농업과학원은 민간이 개발한 착용형 웨어러블 장비를 활용해 ‘한국 농작업 맞춤 근골격계 작업부담 경감 기술 개발’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복숭아와 오이, 포도, 배, 사과 등 5개 작목의 위보기 작업을 대상으로 장비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웨어러블 장비 착용 후 농업인의 어깨 근육 사용량은 착용 전보다 33.37% 감소했다. 당시 연구를 진행한 서민태 국립농업과학원 농촌환경안전과 연구사는 “웨어러블 장비가 근골격계질환을 예방에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노동력 확보하고 농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웨어러블 로봇은 농작업의 신체적 부담을 줄여주는, 농작업 보조수단으로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이 실제 농업 현장으로 보급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웨어러블 로봇, 농업 현장에 안착하려면

농업인이 민간이 개발한 웨어러블 근력보조 장비를 착용하고 포도 알솎기 작업을 하고 있다. 포도와 복숭아, 오이, 배, 사과 등 위보기 작업 작목 대상 평가 결과 웨어러블 장비 착용 시 어깨근육 사용량은 평균 33.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농사로
농업인이 민간이 개발한 웨어러블 근력보조 장비를 착용하고 포도 알솎기 작업을 하고 있다. 포도와 복숭아, 오이, 배, 사과 등 위보기 작업 작목 대상 평가 결과 웨어러블 장비 착용 시 어깨 근육 사용량은 평균 33.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농사로

▲농업인 공감대 형성이 먼저=웨어러블 로봇의 일반적인 개념은 제시돼 있지만, 농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웨어러블 로봇의 정의는 없다. 웨어러블 로봇이 산업 현장과 달리 농업 현장에선 아직 보편화 돼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농업용 웨어러블 로봇 역시 ‘로봇’이라기보다는 농작업을 돕는 편의 장비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웨어러블 로봇을 농업 현장에 보급하기 위해선 우선 농업인들 사이에서 웨어러블 로봇이 실제 필요한 제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야만 농업용 웨어러블 로봇의 정의와 기준을 어떻게 마련해 농업 현장에 보급할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상화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는 “현재 농업 현장에서 쓰이고 있는 웨어러블 로봇의 대부분이 에너지를 활용해서 독립적인 활동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각에 따라선 로봇보다는 장비라고 볼 수도 있다”며 “‘농업기계화 촉진법’상 ‘농업기계’인 ‘농림축산물의 생산 등에 사용되는 기계·설비 및 그 부속 기자재’에 이러한 장비를 포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며, 산업 현장처럼 농업 현장에서도 이를 필요로 하고 적극 활용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상진 농림축산식품부 첨단기자재종자과 사무관은 “웨어러블의 현장 수요가 많다면 지자체에서도 시범적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할 것 같은데 아직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농업 현장에서 수요가 확인되고 실제 효과가 입증됐을 때 향후 정부 차원에서도 제도적 지원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물’이 있어야 한다=농작업에 특화된 농업용 웨어러블 로봇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농업인들이 웨어러블 로봇의 필요성을 체감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농업용 웨어러블 로봇이 개발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상용화 전 단계에 있으며, 일부 상용 제품도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던 제품을 농작업에 적용한 수준이어서 농작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농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상용 제품’이 개발돼야 농업인들이 직접 사용하며 현장 적합성도 검증할 수 있다.

김기석 서울대학교 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농업용 제품이 필요한데 아직 상업화가 되는 수준으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체가 제가 보기엔 거의 없다”며 “산업 현장에서 이용하는 웨어러블 로봇의 기본 기술이 도움은 되겠지만 농작업은 일반 자동차 회사 등의 작업과 완전히 다르고 작업 환경도 정형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제품 설계부터 농업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웨어러블 로봇은 과거 농기계 개발 방식과 달리 기계공학과 인간공학 등 여러 공학 분야가 맞물려야 해서 결코 쉽지 않은 영역이며, 농업 현장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처가 함께 R&D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웨어러블 로봇 ‘들봇’ 개발 업체인 고이버의 김정대 대표이사는 “농업용 웨어러블 로봇은 작업자마다 신체 조건이 다르고 움직임도 다양해서 혼자 농작업을 수행하는 로봇보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그만큼 개발하는데도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며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는 업체들 대부분이 규모가 작아 투자 여력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농업용 웨어러블 로봇을 별도의 R&D 과제 카테고리로 만들어 장기적으로 집중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고 대표는 “농업인의 관심도 자체가 낮다 보니 농업용 웨어러블 로봇으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업체가 거의 없다”며 “농업인의 관심을 높이려면 눈높이 맞는 좋은 제품이 나와야 시장이 활성화 되고 농기계 모델 등재도 진행 가능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지자체의 역할 중요=정부가 특정 민간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직접 선정해 보급하는 데는 부담이 있는 만큼 초기 보급은 지자체가 먼저 나서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자체가 지역 농업 현장에 적합하고 성능이 우수한 웨어러블 로봇을 발굴해 시범적으로 지원하면 농업인들의 사용 경험을 늘리는 동시에 제품의 현장성을 실증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이러한 요구는 현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최근 봉화군의회에는 농업인들의 삶의 질 개선과 농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위해 내년 군 예산에 ‘농업용 착용형 로봇(웨어러블 로봇) 도입 및 보급 지원 사업’을 반영해 달라는 민원이 온라인으로 접수되기도 했다. 현재 충남도와 제주도 등에서는 웨어러블 로봇을 농가에 보급하거나 임대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농업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서민태 연구사는 “농기계 임대사업소를 통해 임대를 하는 방안도 있는데, 임대사업 기종에 편의장비가 포함돼 있어 웨어러블 장비를 편의장비로 풀면 임대사업소에서 취급할 수도 있다”면서도 “조끼형 웨어러블 장비의 경우 땀과 냄새 등 위생 문제로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데는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 연구사는 “오히려 웨어러블 장비는 개인이 직접 사용하는 방식이 더 적합할 것”이라며 “농촌진흥청이 제품과 그 효과를 알리고,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맞춰 농가 보급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더 빠를 수 있으며, 현재도 여러 지자체에서 문의가 오고 있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농업인 복지 차원의 접근도=현 시점에선 농업용 웨어러블 로봇을 기존 농기계 체계에 편입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에 적합한 새로운 지원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대안안이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을 지원하는 복지 제도와 연계하는 것이다. 안상화 이사는 “웨어러블 로봇을 농기계가 아닌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장비로 접근한다면 지자체의 복지 관련 보조사업과도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웨어러블 로봇은 근력이 부족한 고령 농업인들의 신체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만큼 보건복지부가 시행하고 있는 고령친화우수제품 지정 제도 등을 활용해 고령 농업인이 웨어러블 로봇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이 제도는 고령자가 일상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제품을 평가해 우수제품표시를 부여하는 것으로, 2025년 말 기준 보행보조차, 이동변기, 수동휠체어 등 36개 품목 508개 제품을 지정했다. 고령친화우수제품 지정은 지자체가 고령 농업인을 위한 보조사업을 추진할 때 우선 지원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어, 고령 농업인의 농작업 환경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최근 복지부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고령친화우수제품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 중이다.

김경란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장은 “농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제각각 다르겠지만 농업인을 보호하는 것은 식량안보를 지켜주는 농업 지킴이를 돕는 것이라는 데는 모두 동의할 수 있다”며 “농사를 짓는다는 게 고령 농업인들은 필연적으로 근골격계질환에 걸릴 수밖에 없는 환경인만큼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고령친환우수제품 지정 등을 통해 농업인들에게도 사회적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이를 위해선 부처간 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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