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작업자가 착용, 신체 근력 보조
근골격계질환 예방 효과 기대
국내는 개발·보급 시작 단계로
어깨·허리 부담 줄이는 기술 집중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전략기술 로드맵(2025~2027)에 따르면 국내 웨어러블(행동보조형) 로봇(wearable robot)의 시장 규모는 2022년 2600만달러에서 2028년 2억3168만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40.8%에 이른다.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산업 현장의 재해 발생 빈도가 증가하면서 웨어러블 로봇 수요가 커질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이 같은 성장세와 함께 최근 웨어러블 로봇의 농업 현장 활용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신체적 부담이 큰 농작업의 특성상 근력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이 농업인의 작업 부담을 덜어주고, 이를 통해 농작업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2회에 걸쳐 농업용 웨어러블 로봇의 현재를 살펴보고, 농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작업 보조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한 선결 과제를 짚어본다.
왜 웨어러블 로봇이 필요한가
웨어러블 로봇은 ‘인간의 신체에 물리적으로 체결된 구동 메커니즘을 통해 행동 수행에 필요한 근력을 보조해 의도한 운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입는 형태의 로봇’으로 정의된다. 쉽게 말해 작업자가 몸에 착용해 움직임에 필요한 근력을 보조하는 로봇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고령 작업자의 신체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부상을 예방하고,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산업용과 군사용, 재활 훈련용, 헬스케어용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정부 역시 웨어러블 로봇을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술 분야로 보고 육성에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능형로봇을 전략분야로 선정하고, 세부 전략품목 가운데 하나로 ‘행동보조형 웨어러블 로봇’을 포함했다.
최근들어 웨어러블 로봇을 향한 관심은 농업 현장에서도 커지고 있다. 농업인의 근골격계질환의 심각성 때문이다. 국립농업과학원이 발간한 ‘2024 알기쉬운 농업인의 업무상 질병’에서 2023년 농업인 업무상 질병 중 가장 많은 질병은 ‘근골격계질환’으로 전체의 92.9%에 달했다. 주요 발생 부위는 허리 48.2%, 무릎 38.7%, 어깨 7.7% 순으로 조사됐으며, 이들 부위의 근골격계질환은 ‘30일 이상’ 장기 휴업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높았다. 이는 허리와 무릎, 어깨의 근골격계질환이 농업인의 영농활동을 장기간 중단시킬 만큼 심각한 업무상 질병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농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 신체 근력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더욱이 웨어러블 로봇은 농작업 안전과 더불어 작업 효율성도 향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업 현장에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으로도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국내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농업용 웨어러블 로봇의 개발과 보급은 시작하는 단계다. 국립농업과학원 농촌환경안전과의 서민태 연구사는 “웨어러블 장비를 농업 현장에 도입하기 위한 초기 단계”라며 “사람마다 체형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인체에 부착하는 기술은 그만큼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신보단 어깨나 허리 등 작은 부분부터 도움을 주는 기술 개발이 시작되고 있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현재 농업용 웨어러블 로봇은 구동과 제어 방식에 따라 패시브형과 액티브형으로 나뉜다. 패시브형은 스프링 등 기계적 구조를 이용해 신체 부담을 덜어주고, 액티브형은 모터 등 동력원을 활용해 근력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패시브형 제품은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다. 조끼처럼 착용하는 형태로, 스프링 기반 작동 방식을 적용했다. 전정 작업처럼 장시간 팔을 들고 위를 보며 수행하는 ‘위보기’ 작업 시 어깨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 부상 위험을 낮추고, 작업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고, 별도의 복잡한 조작없이 평소처럼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올해 충남도에서 65대를 구입해 농가에 지원하고 있다.
액티브형 제품으론 상체의 힘을 보완해주는 고이버의 ‘들봇(DEULBOT)’과 허리 근력을 보조하는 위드포스의 ‘A10’ 등이 있다. 특히 A10은 형상기억합금(SMA) 기반의 ‘선형 인공근육’을 적용한 차세대 액티브 로봇이다. 전기에너지를 가하면 인공근육이 수축하는 원리를 반영했으며, 3.3kg 수준의 초경량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25kgf급 보조력을 구현했다. 위드포스는 A10을 제주 지역의 농작업 환경에 맞춰 개선해 지난해부터 제주지역 농가를 대상으로 시범 보급사업을 하고 있으며, 올해엔 무상 임대하고 있다.
#고이버, 상체 근력 보조 로봇 ‘들봇(DEULBOT)’
“가방처럼 등에 메고 물건 들어올려···최대 20kg 거뜬”
팔에 힘 주지 않아도 작업 수월
순천 과수농가 대상 실증시험
중량 개선·조작 편의성 개선 중
직업군 중에서도 평생 육체 노동을 해야 하는 직업은 농업이 유일할 겁니다. 그래서 웨어러블 로봇은 농업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입니다.”
소형 모빌리티용 인버터 등을 설계·생산하고 있는 고이버의 김정대 대표이사가 농업용 웨어러블 로봇에 관심을 가진 이유다. 김 대표는 자두 농사를 짓는 부모님이 오랜 기간 고된 육체 노동에 시달리며 근골격계질환을 겪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농업 현장에도 웨어러블 로봇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는 “개인적인 경험을 떠나 사업적으로도 농업용 웨어러블 로봇은 농업 환경을 고려했을 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한국로봇융합연구원으로부터 농업용 완력 보조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이전 받아 개발을 시작했으며, 실제 구동력을 갖춘 액티브 타입은 고이버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고이버가 개발한 ‘들봇’은 가방처럼 등에 메는 장비다. 착용 후 양어깨 위쪽의 암(ARM)에 연결된 와이어 끝의 고리에 손잡이를 연결해 아래로 내린 뒤 이 손잡이를 중량물에 걸고 리모컨을 누르면, 본체에 내장된 모터가 회전하면서 와이어가 올라가 중량물을 들어올린다. 팔에 힘을 주지 않고도 최대 20kg 작업이 가능하며, 상하차 작업도 수월하다. 이뿐만 아니라 구동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적용돼 동작 환경을 포함한 작업 내용을 기록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온습도 센서도 내장, 모니터링을 통해 휴식시간을 권고해 안전한 농작업을 뒷받침한다.
들봇은 아직 상용화 전이다. 기술적으로 보완하는 단계에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 최근 순천시에서 들봇의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순천시 과수농가를 대상으로 올 12월까지 실증을 진행하며, 농가의 요구사항을 들봇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정대 대표는 “들봇 개발에 착수한 후 연구실에서 5번째 버전까지 제작했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밖으로 나온 게 이번 버전”이라며 “모터와 배터리가 장착돼 있기 때문에 제품 중량이 무겁다거나 손잡이 조작이 불편하다는 등의 의견들이 있는데,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대 대표는 “앞으로 농가의 피드백을 수용하며 단점을 보완해간다면 언젠가는 착용한 듯 안한 듯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제품이 만들어 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젊은 농업인도 들봇을 사용해 작업을 할 경우 근골격계 부상을 예방할 수 있고 노후에도 근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