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의진 기자]
농산물가격안정제(가격안정제) 첫 도입 품목으로 지정된 마늘·양파 생산자단체들이 제도에 대한 입장문과 함께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라며 요구사항들을 제시했다. 가격안정제의 기준가격을 농민 현실에 맞게 설정하고, 정책 결정에 있어 생산자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상향식 구조를 확립하라는 것이 골자다.
15일 (사)한국마늘연합회·(사)한국양파연합회·(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가격안정제 및 선제적 수급관리체계의 근거가 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생산자단체들은 지난달 27일 시행된 이번 개정안이 농산물 수급관리와 가격안정 정책이 발전하는 데 초석을 놓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후적 수급정책에서 벗어나 선제적 수급관리체계를 마련했고, 농산물 가격하락에 따른 농가의 경영위험을 완화하는 가격안정제를 도입했으며, 생산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생산자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농민의 실질적인 가격안전망’이 돼야 한다며 제도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가격안정제는 농산물의 당해연도 평균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아지면 그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농민에게 지급하는데, 여기서 지급의 기준이 되는 ‘기준가격’의 산정과 ‘평균가격’의 조사를 농민 현실에 맞게 개선하라는 것이다.
기준가격은 시행령상 ‘경영비 이상’일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생산자단체들은 “대표적으로 노동비·토지 임차료 산정에 있어 현실과 통계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며 “기준가격은 최소한 현실적인 경영비, 현실적인 자가노동비, 실제 생산에 필요한 비용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발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산비 조사에는 △종묘비 △비료비 △농약비 △농기계·농작업비 △고용노동비 △자가노동비 △토지 임차료 등이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평균가격은 시행규칙상 가락시장 경락가격에서 유통비용을 제외한 가격을 기본으로 하되 거래가 어려운 품목은 산지농협 매입가격 등도 활용이 가능하다. 생산자단체들은 “가락시장 가격만이 농가의 실제 판매가격으로 대표돼서는 안 된다. 제도에 명시된 것처럼 농협 수매가격, 산지공판장 가격, 계약재배 가격, 산지거래 가격 등 실제 생산자가 받는 가격을 함께 반영하는 조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자단체들은 가격안정제의 기준가격·대상 품목·차액 지급비율을 심의하는 농산물가격안정심의위원회 산하에 생산자가 참여하는 ‘가격조사·기준가격 산정 TF’를 즉시 설치해 매년 가격안정제 시행 전에 위 사항들을 공개적으로 검증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생산자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에서 수급관리체계에 생산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는 만큼, 생산자 의견이 실질적인 정책 결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국가 차원의 결정을 내리기 전 △지역 논의 △생산자 의견 수렴 △재배면적 확인 △생육상황 점검 △생산비 및 농가경영 상황 확인 △지역 대책 결정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담당 공무원들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 현장과 충분히 소통해 조정자 역할을 할 것을 당부했다.
생산자단체들은 이외에도 △가격안정제 차액 지급비율을 제고해 장기적으로 100% 보전하는 체계를 마련할 것 △겨울배추·겨울무 등 주요 동계 노지채소와 사과·배 등 주요 원예농산물로 대상 품목을 확대할 것 △안정생산·공급지원사업을 단순한 재배면적 확대 사업이 아니라 생산비·재해·생육·출하·저장까지 지원하는 종합적 생산안정사업으로 운영할 것 △농산물무역정책심의회에서 저율관세할당(TRQ)·할당관세·정부 직수입 등을 결정할 때 국내 생산자 가격과 생산기반에 미치는 영향을 의무적으로 심의할 것 등을 요구했다.
강선희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기준가격 산정 시 현장의 실제 생산비를 조사해야 한다”며 “농산물가격안정심의위원회가 실질적인 가격정책 결정기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생산비 조사에 생산자들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가 선제적 수급관리에서 이야기하는 ‘적정 면적’을 요구하기에 앞서 농산물 가격 보장과 계약재배 손실 보전에 대한 시스템이 마련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