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주와 곡물
한국 위스키, 시간에 거는 긴 투자
한국의 증류소는 위스키 한 병을 팔기 몇 해 전부터 곡물과 오크통, 숙성 창고에 돈을 씁니다. 공개 기록에는 식어 가는 시장, 대부분 수입하는 원료, 생산자들이 숙성이 빠르다고 말하는 기후, 그리고 오크통에서 보낸 해마다 커지는 세금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만든 스피릿은 10년 후의 위스키가 됩니다.” 2020년 6월 남양주에 문을 연 기원 위스키 증류소의 홈페이지에 적힌 문장입니다. 이 한 줄이 곧 사업 모델입니다. 증류소는 위스키 한 병으로 돈을 벌기 몇 해 전부터 곡물을 사고 오크통을 채우고 숙성 창고를 마련해야 하며, 그 기다림을 버텨 내야 합니다.
국내 대형 주류 기업 두 곳은 버티지 않기로 했습니다. 신세계L&B는 2024년 초 국산 위스키 사업을 접으면서 상품화와 이익 창출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습니다. 롯데칠성음료 이사회는 2025년 7월 24일 제주 증류소 사업을 끝내기로 했습니다. 부지 선정이 어려웠고, 위스키 시장이 정체·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이유였습니다. 그사이 2020년 김포에 작은 증류소를 연 김창수 대표는 2026년 7월 7일 총사업비 120억 원을 들인 두 번째 증류소를 안동에 열었습니다.
누가 옳을지는 공개 기록이 말해 주지 않습니다. 대신 이 투자의 조건은 보여 줍니다. 2023년 이후 식은 시장, 대부분 수입하는 곡물과 오크통, 생산자들이 숙성은 빠르지만 증발도 많다고 말하는 기후, 그리고 위스키의 가치가 오를수록 커지는 세금입니다. 이 기사는 관세·농업 통계와 법령,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썼으며 증류소 방문이나 인터뷰는 하지 않았습니다.
투자의 조건
- 2025년 위스키 수입
- 2만 2,582톤(2023년 3만 586톤)
- HS 2208.30, 관세청. 금액은 2억 6,000만 달러에서 2억 2,700만 달러로 덜 줄었습니다.
- 2025년 맥아 수입
- 10만 9,872톤
- HS 1107.10, 볶지 않은 맥아. 중량 기준 호주 43%, 캐나다 18%. 맥주 양조장도 같은 품목을 들여옵니다.
- 2026년 국내 맥주보리
- 2만 9,701톤(2007년 8만 7,073톤)
- 국가데이터처. 맥아가 되기 전의 곡물 기준이라 맥아와 톤 단위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 위스키 주세
- 가격의 72%, 그 30% 추가
- 가격 기준 주세에 주세액의 30%인 교육세가 더해지며, 부가가치세는 별도입니다.
2023년에 정점을 찍은 수입
한국의 위스키 붐은 관세 통계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HS 2208.30 수입량은 2021년 약 1만 5,700톤에서 2022년 2만 7,038톤으로 뛰었고, 2023년에는 3만 586톤으로 당시 보도된 관세청 통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2024년 2만 7,441톤, 2025년 2만 2,582톤으로 정점보다 26% 줄었습니다.
금액은 2억 6,000만 달러에서 2억 2,700만 달러로 덜 줄었고, 킬로그램당 평균 신고가는 약 8.49달러에서 약 10.04달러로 올랐습니다. 더 비싼 위스키를 더 적게 들여왔다고 볼 수도 있고 제품 구성이 달라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관세 통계로는 둘을 가를 수 없습니다. 2025년 수입 중량의 81%는 영국산이었습니다.
신생 증류소의 첫 병이 만나는 시장이 바로 이 시장입니다. 붐이 시작되던 2020~2021년에 오크통에 넣은 원액이 이제 쪼그라든 시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국산 보리, 수입 맥아
한국 법은 위스키를 발아된 곡류로 만든 술덧을 증류해 나무통에 넣어 저장한 술로 정의합니다. 핵심 원료는 맥아이고, 한국은 대부분을 해외에서 삽니다. 2025년 볶지 않은 맥아 수입은 10만 9,872톤으로 호주와 캐나다산이 가장 많았고, 맥주 양조장도 같은 품목을 들여옵니다. 대한금융신문의 2024년 기사에 따르면 기원 위스키는 주로 영국 맥아 회사 크리스프의 맥아를 써 왔습니다.
국산 맥주보리는 줄었습니다. 국가데이터처 통계로 2007년 2만 1,814헥타르에서 8만 7,073톤이던 생산량은 2012년 약 1만 2,600톤, 2024년 약 1만 3,600톤이 됐습니다. 전년 보릿값 상승으로 재배가 다시 늘어난 2026년에는 2만 9,701톤으로 늘었고, 보리 전체 생산량도 13만 5,881톤으로 47% 증가했습니다. 공급은 넘쳤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월 주정회사 8곳이 2026년산 과잉 보리 2만 5,000톤을 특별 매입한다고 밝혔습니다.
국산 곡물이 위스키에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원 위스키는 2024년 10월 국산 보리와 효모로 만들어 국산 참나무 오크통에서 3년 숙성한 소량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신갈나무 통 228병, 떡갈나무 통 202병입니다. 김창수위스키의 안동증류소는 예천 농가와 계약재배한 보리를 쓸 계획입니다. 풍작인 해에는 곡물이 남지만, 그 곡물을 위스키에 쓸 수 있을지는 제맥 시설과 계약재배 체계에 달려 있습니다.
더위와 추위, 그리고 오크통이 가져가는 몫
국내 생산자들은 한국의 기후를 숙성을 앞당기는 장치로 설명합니다. 기원 위스키는 남양주 백봉산 중턱의 증류소가 가장 더운 여름에는 30도 중반, 가장 추운 겨울에는 영하 25도를 기록한다고 밝힙니다. KTX매거진의 2024년 김창수 대표 인터뷰는 한국의 연간 증발량을 5~10%, 스코틀랜드를 1~2%로 소개했고, 김 대표는 증발량이 많다는 것은 오크통 안의 화학 반응이 그만큼 빠르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한금융신문의 2024년 기원 위스키 기사는 ‘천사의 몫’이 15%에 달한다고 썼습니다. 모두 생산자나 생산자를 다룬 기사에서 나온 수치로 독립적인 측정값이 아니며, Ag Digest는 위스키 숙성고의 증발량을 다룬 국내 연구를 찾지 못했습니다.
증발률이 얼마든 법이 인정하는 것은 그 일부입니다. 2025년 2월 28일부터 주세법 시행령은 나무통에 저장한 원액에 연간 4% 이내의 실감량을 추가로 인정합니다. 이전에는 2%였습니다. 생산자들이 말하는 수치가 맞다면 실제 감량은 이 기준을 넘습니다. 이는 Ag Digest의 비교이며 과세 당국의 판단이 아닙니다.
오크통도 수입합니다. 대한금융신문은 2024년 기원 위스키가 약 4,500개의 캐스크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대표는 한 해 약 1,300개를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들여온다고 말했습니다. 통 부품과 널을 포함한 통 제품 수입은 2025년 269톤이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20년 국산 참나무로 증류주 숙성용 오크통을 만들 수 있으며, 시험한 국내 참나무 6종 모두 적합하다고 밝혔습니다.

숙성할수록 커지는 세금
한국은 2020년부터 맥주와 막걸리에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깁니다. 위스키를 포함한 증류주에는 여전히 가격을 기준으로 매깁니다. 주세법은 제조장에서 반출하거나 수입 신고할 때의 가격에 72%의 세율을 정해 두었습니다. 여기에 주세액의 30%인 교육세가 붙고, 그 위에 부가가치세가 붙습니다.
가격에 매기는 세금은 가장 오래 묵는 제품에 가장 무겁습니다. 뉴스핌은 2026년 6월 “원액을 생산한 뒤 수년간 숙성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창고 비용과 재고 부담도 발생한다. 그러나 숙성을 통해 가치가 높아질수록 세금 부담 역시 커지는 구조”라고 보도했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 신문에 위스키와 소주가 같은 증류주로 묶여 있어 위스키만 따로 세제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부담은 과세표준을 줄이는 방식으로 덜었습니다. 국세청은 2024년부터 국산 주류의 반출가격에서 기준판매비율만큼을 빼고 세금을 매기게 했고, 비율은 위스키 23.9%, 소주 22%였습니다. 2025년 12월 31일 국세청 고시로 위스키 비율은 2026년 1월부터 28%로, 소주는 23.2%로 올랐습니다. 이 비율이면 주세와 교육세를 합친 세금은 세전 반출가격의 약 67%로, 2024년 비율일 때의 약 71%보다 낮습니다. 부가가치세를 빼고 Ag Digest가 계산한 값입니다.
기다림에 드는 돈
법에는 최소 숙성 기간이 없습니다. 주세법의 위스키 정의는 나무통 저장을 요구할 뿐 몇 년을 두어야 하는지는 정하지 않았으므로, 언제 팔지는 증류소가 정합니다. 2021년 9월 나온 기원 위스키의 첫 제품은 새 오크통에서 1년 남짓 숙성했습니다. 김창수 대표는 다섯 차례 저숙성 제품을 시험 삼아 내놓은 뒤 2024년 10월 첫 정식 제품 ‘김포’를 선보였습니다. 3년 이상 숙성한 캐스크 9개의 원액을 섞은 제품으로, KTX매거진은 약 2,500병이 1분 만에 팔렸다고 전했습니다.
자본은 나무통과 공간에 묶입니다. 일반 위스키 제조면허를 받으려면 담금조 5킬로리터 이상, 원액 숙성용 나무통과 저장조를 합해 25킬로리터 이상이 필요합니다. 2025년 2월부터는 직접 발효하는 제조자에게 담금조 1킬로리터 이상 5킬로리터 미만, 나무통과 저장조 5킬로리터 이상 25킬로리터 미만의 소규모 면허가 허용됩니다. 진입 비용은 낮아졌지만 기다리는 시간은 그대로입니다.
기다리는 동안의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는지는 거의 공개되지 않습니다. 김 대표는 KTX매거진에 2020년 7월 모은 돈과 빌린 돈을 합쳐 김포 건물을 계약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른 출시와 시험 제품, 소량 제품은 아직 숙성 중인 창고에서 수익을 내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그것으로 충분한지는 공개 기록이 보여 주지 않습니다.
지난 보도에서
또 다른 증류인이 말하는 시간
이기숙 명인은 파주에서 전통 증류주 감홍로를 빚습니다. 그를 다룬 기사에서 옮긴 말입니다.
술을 빚을 때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시간’이에요. 과거 부득이하게 숙성 기간을 줄여봤는데 분명히 맛이 가벼워졌어요
첫 오크통에서 두 번째 증류소까지
출처에 적은 기업, 법령, 고시, 언론이 밝힌 날짜입니다. 시기가 가까운 사건이라도 서로의 원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 2020년남양주·김포에 증류소 설립
- 2021년 9월기원 위스키 첫 제품 출시
- 2023년위스키 수입 3만 586톤으로 정점
- 2024년 1월국산 위스키 기준판매비율 23.9% 적용
- 2024년 초신세계L&B 위스키 사업 중단
- 2024년 10월김창수위스키 첫 정식 제품
- 2025년 2월 28일나무통 감량 4%로 확대, 위스키 소규모 면허
- 2025년 7월 24일롯데칠성음료 제주 증류소 사업 종결
- 2026년 1월위스키 기준판매비율 28%로 상향
- 2026년 7월 7일김창수위스키 안동증류소 준공
“가격에 매기는 세금은 가장 오래 묵는 제품에 가장 무겁습니다.”
산업이 되려면
공개 기록으로 뒷받침되는 결론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위스키를 증류하고 숙성할 수 있고, 적어도 두 증류소가 제품을 팔고 있으며, 면허와 나무통 감량, 과세표준에서 규칙은 이들에게 유리하게 바뀌었습니다. 시장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공개 지표인 위스키 수입은 2023년 이후 줄었고, 주원료인 맥아와 오크통은 여전히 해외에서 들어옵니다.
구매자나 대출기관이 원할 근거는 아직 기록에 없습니다. 생산량과 판매량, 해마다 숙성고에서 사라지는 원액의 양, 제맥까지 마친 국산 곡물의 비용, 오크통에 들인 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이 숫자들이 공개되기 전까지 한국 위스키는 빠른 기후가 느린 사업을 줄여 줄 수 있다는 데 거는 투자입니다.
뉴스 속 위스키와 증류주
실시간Ag Digest 뉴스에서 위스키와 증류, 증류주를 다룬 최신 보도를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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