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품종을 개발해도 농민들은 쉽게 선택하지 않습니다. 농사를 한번 망치면 한해 소득을 고스란히 잃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먼저 재배해 그 가능성을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박범준 경기 여주 다산바이오 대표(28)는 무 생산농가이자 유통인이며 육종가다. 연간 무 취급량은 400t이다. 평택에서 2만3140㎡(7000평) 규모로 무를 직접 재배하고 9만9174㎡(3만평) 가까이를 다른 농가와 계약재배한다.
박 대표가 1인3역을 하게 된 데는 아버지 영향이 컸다. 부친 박한용씨(63)는 과거 흥농종묘(현 팜한농) 연구원으로 일하며 국내 여름무시장을 주름잡았던 ‘관동여름무’ 개발에 참여했다.
박 대표가 창업하게 된 건 한국농수산대학교 2학년 때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뉴질랜드 농장에서 1년간 실습하면서 품종 개발·생산·유통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사업 결심을 굳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개발한 품종을 생산과 소비로 연결하는 중간단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소비자가 원하는 품종을 선발하고 직접 농사지어 시장에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초반엔 고전했다. 2023년 다산바이오를 창업한 후 1653㎡(500평)에 회사가 보유한 무 유전자원 4000여점 가운데 경쟁력이 있겠다고 본 수박무 ‘KR청홍’을 심었다. 속이 붉고 당도가 12브릭스(Brix)에 달하는 품종이다. 그런데 품종이 워낙 생소하다보니 시장에서 외면받았고 어렵게 무 1t을 출하한 곳에서 받은 돈은 13만원에 불과했다.
영농기반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박 대표는 “부모님이 농사를 짓지 않았기 때문에 물려받을 농기계나 시설이 전혀 없었다”며 “트랙터는 지역농민에게 빌리고 저온저장고는 배 수확이 끝난 농가에 부탁해 썼다”고 말했다. ‘소규모 스마트팜 종합자금 지원’을 활용해 시설 확충도 추진했지만 담보 자산이 부족해 융자를 받지 못했다.
그는 판로를 먼저 확보한 뒤 재배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를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로 ‘KR청홍’을 알리고 백화점·호텔·식품업체 등으로 판매망을 넓혔다. 그 결과 지난해 3억8000만원이던 매출은 올해 10억원으로 뛸 전망이라는 게 그의 귀띔이다.
최근엔 해외로도 눈을 돌린다. 2024년 일본에 무 종자를 1만달러어치 수출한 데 이어 올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등으로 수박무 원물 수출을 추진 중이다. 박 대표는 “농민이 신품종을 걱정 없이 재배하는 건강한 농업생태계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주=정채원 기자